곧 개봉할 007의 새 시리즈인 스펙터에 맞춰, 지난 53년간 가장 인상적이었던 제임스본드의 의상 몇 개를 추려봤습니다.
애스턴 마틴같은 슈퍼카, 본드걸, 발터PPK권총, 기상천외한 도구들 이외에도, 지난 53년간 제임스 본드를 영화사상 최고의 캐릭터로 만들어준 이면에는 그만의 스타일이 있었습니다.
53년간 24개의 본드 영화 속에서 6명의 다른 배우들이 연기한 영국 첩보요원의 패션은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스타일들이었습니다. 이 중 몇 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16. 네이비 쓰리피스 수트 (리빙 데이라이트)
티모시 달튼은 제임스 본드로서 2개의 영화만을 남겼고, 큰 족적을 남긴 것은 아니지만, 그 역시도 대단한 수트발을 지녔던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 영화 '리빙 데이라잇'이 1980년대 후반에 개봉한 것을 감안할 때, 이 네이비 색의 쓰리피스 수트는 오늘날 봐도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느낌입니다.
15. 혹한기 전투패션 (스펙터)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하는 제임스 본드는 보다 활동적이고, 기능적이고, 실용적입니다. 양보다 질을 우선시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런 그이기에, 월동 조끼와 하이킹 부츠를 신고도 위협적인 모습을 연출해낼 수 있는 것입니다. 검은 가죽장갑과 롤렉스 시계로 스타일의 마무리를 잊지 않았습니다.
14. 잠옷용 가운 (죽느냐 사느냐)
007의 가운 사랑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바입니다. 그가 침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감안해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죠. 숀 코너리가 '썬더볼'에서 입었던 가운도 인상적이었지만, 로저 무어 경이 입고 있는 노란 가운이 제임스 본드가 가장 사랑하는 잠옷입니다. 심지어 그의 침실 데코레이션과도 잘 어울리는 듯 합니다.
13. 크림색 수트 (여왕폐하 대작전)
2대 본드인 조지 라젠비는 숀 코너리의 일회성 대용품으로 소모된 불행한 본드입니다. 제작자들이 숀코너리처럼 연기하라고 윽박지르는 바람에, 그는 본인의 개성을 전혀 드러내지 못한채 본드 프랜차이즈에서 퇴장해야했죠. 그렇기에 그가 본드 프랜차이즈에 남긴 족적인 실로 미미하지만, 이 한 편의 영화에서 그는 근사한 수트발을 뽐냈습니다. 이 크림색 수트는 제임스 본드가 회색이나 네이비색 수트 외에 처음으로 입은 다른 색상의 수트입니다. 이 클래식 린넨 수트 안에 핑크색 셔츠, 네이비색 니트타이, 그리고 결정적으로 수트와 같은 색상의 몽크스트랩 구두를 신었습니다.
12. 골프장 패션 (골드핑거)
제임스 본드가 이 영화의 최종보스인 골드핑거와의 골프 대결에서 골프실력과 패션센스 모두 승리한 시퀀스입니다. 버건디색 스웨터 안에 긴소매 폴로셔츠를 매치했죠. 골프장에 페도라는 약간 과하다고 생각되지만, 숀 코너리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있는 패션이 완성 되었죠. 재미있는 사실은, 이 영화 촬영 전까지 골프에 문외한이었던 숀 코너리 경이 영화를 촬영한 후 골프 중독자가 되었다는 것 입니다.
11. 스키수트 (나를 사랑한 스파이)
이 스키 수트는 옷 자체는 근사하지 않았지만, 절벽에서 스키를 타고 점프해서 유니언잭(영국 국기) 모양의 낙하산을 펼치는 명장면을 낳았기에 체크하고 넘어가봅니다.
10. 청바지와 티셔츠 (카지노 로얄)
청바지 입은 제임스 본드는 많이 못 보셨을 겁니다. 제임스 본드 소설에서 그는 검은색이나 갈색 바지는 입었지만, 청바지는 입은 적이 없다고 하죠. 하지만, 다니엘 크레이그가 처음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이 영화에서 그는 세븐진(7 for All Mankind)에 Church社의 쳐카 부츠를 매치했습니다. 순혈 본드 덕후들은 굉장히 이 부분에 거부감을 드러냈었습니다. (아마 크레이그가 아니라 다른 제임스 본드 배우들이 청바지를 입었어도 욕은 똑같이 먹었겠죠) 하지만 다니엘 크레이그는 완벽한 피지컬로 훌륭하게 이 패션을 소화해냈습니다.
9. 플레이드 자켓 (죽느냐 사느냐)
영국인은 열대우림 지역에서 슈퍼빌런과 맞붙을 때도 패턴이 큼직큼직한 플레이드 자켓을 입습니다. 사실 크게 위화감을 주는 옷은 아니었는데, 그 이유는 본드의 상대역인 슈퍼빌런이 파란색 사파리 셔츠를 입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오히려 본드가 더 근사해 보이는 반대급부를 낳았다고 할까요. 로저 무어 경은 제임스 본드로서의 임기(?)동안 상당히 많은 콤비 정장들을 소화해냈는데, 왠만해서는 오늘날 입어도 굉장히 멋스러운 코디가 많습니다.
8. 터틀넥 니트 (어나더 데이)
검은색 터틀넥 니트는 제임스 본드의 전매특허입니다. 외국에 출장을 나가건, 주말에 휴식을 취하던, 사람에게 총을 겨누던간에 그는 터틀넥을 입고 있습니다. 6명의 제임스 본드들 모두 터틀넥 니트들을 한번씩 입었었는데, 특히 피어스 브로스넌의 특유의 썩소는 이 두툼하게 성긴 터틀넥 니트와 근사하게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7. 톰 포드 수트 (스카이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톰포드의 재단된 완벽한 수트와 탭칼라 셔츠입니다.
6. 아이보리색 디너재킷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
이번에 개봉할 '스펙터'에서도 크레이그가 입을 예정인 이 흰색 디너 자켓은, 007 역사를 통틀어 총 6번째 등장한 의상입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자주 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죠. 로저 무어 경이 3번 입어서 가장 많이 입었습니다.
5. 피서지 복장 (닥터 노)
숀 코너리 경이 자메이카 해변에서 입은 의상은 같은 장면에서 본드걸인 우르술라 안드레스가 입었던 비키니 때문에 많이 묻힌 경향이 있지만, 대단히 세련된 의상입니다. 푸른색으로 된 니트재질 폴로셔츠와 비슷한 색상의 면바지를 매칭했구요. 악세사리는 롤렉스 서브마리너 시계 단 하나 뿐입니다.
4. 사파리 수트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
이 포스팅의 제목이 '가장 인상적인' 패션이지 '가장 스타일리쉬한' 패션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로저 무어 경이 입은 이 의상은 제임스 본드 필름 역사상 가장 못 입은 옷들 중 하나로 기억됩니다. 제임스 본드의 스타일리쉬함에 걸맞지 않는 어딘가 비루한 복식이었습니다.
3. 파란 수영복 (카지노 로얄)
다니엘 크레이그의 첫 제임스 본드 영화인만큼,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을 타이밍을 감독이 선사했습니다. 저 수영복은 La Perla라는 브랜드의 (사이즈는 라지라는군요..) 상품인데, 크레이그가 입었던 저 의상은 경매에서 무려 $69,000 (한화로는 약 8천만원 정도)에 낙찰되었다고 합니다. 이 영화 덕에 헬스클럽 등록한 남자들이 늘어난 것은 또다른 파생효과였구요.
2. 그레이 쓰리피스 수트 (골드핑거)
흔히들 '골드핑거 수트'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알만한 수트입니다. 회색만 들어간 정통수트는 아니며, 회색과 흰색이 섞인, 미세한 체크무늬의 정장이죠. 흰색 셔츠와 네이비색 니트타이를 매치해서 흠 잡을 곳 없는 완벽한 코디를 완성했습니다.
1. 네이비 턱시도 (닥터 노)
Bond, James Bond.
1, 2위 모두 숀 코너리 경이 차지 했습니다. 이 네이비색 디너재킷이 아마도 제임스 본드를 설명하는데 가장 확실한 의상일 것입니다. 카지노, 담배, 근사한 눈썹, 그리고 숄 라펠이 덮인 아름다운 디너 재킷. 53년이 지난 지금, 이 의상이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가장 멋진 본드의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스카이폴에서 다니엘 크레이그가 입고 오마쥬 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에스콰이어 영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