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개콘 표절. 그리고 지적재산권에 대한 고찰

우리 사는 이야기 2014. 10. 2. 13:44


중국의 짭퉁 품질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서 있습니다. 'A급'이라고 불리죠. 전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차이나타운과 중국인들이 많이 상주하고있고, 그 곳에서 발견한 새로운 문화 (유형이던 무형이던)를 따라하고 싶어하는 심정은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가적으로 짭퉁에 대한 단속이 따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가짜 술, 가짜 자동차, 가짜 핸드폰, 가짜 음식(...) 까지 판을 칩니다. 중국이 제조업의 공룡으로 떠오른 데는 이런 배경도 한 몫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조업도 모자라서 이제는 문화까지도 카피를 하더군요



KBS "중국, '개콘-시청률의 제왕' 그대로 베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풍경인데.. 중국어가 써있군요




이쯤되면 차용도 아니고 표절이죠. 너무 대놓고 베껴서 우리나라 예능프로를 무시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 입니다. 예전에 우리나라 예능프로들이 일본 예능 포맷을 그대로 써서 표절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었던 것이 어언 10여년 전 이야기 입니다. 이 표절 시비는 긍정적으로 해석해보면 중국이 예능 후진국에서 서서히 발전해 나가는 과도기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볼 수 있겠고, 부정적으로 해석해보면 그 당시의 대한민국이나 지금의 중국이나 둘다 지적재산, 즉 무형자산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공통적 본질이 발견됩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모두, 제조업과 수출을 통해 초고속 경제발전을 이뤄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양이 급속히 불어나다보니 내실이 부족하죠. 눈에 보이는 것만 돈이라고 간주하는 겁니다. 제조업이 대한민국과 중국의 산업 피라미드의 맨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식산업은 자연스레 제조보다 아래에 위치하게 되었구요. 그러다보니 무형의 지적재산권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생각하는 풍조가 생겨난 듯 합니다. 머리 싸매고 쥐어짜내서 나오는 생각들이 다 돈이라는 생각을 안 하는거죠. 



미국 생활 5년 중에 가장 부끄러웠던 기억을 꼽자면, 조별 과제를 위해 토론하던 중에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낸 자료를 마치 스스로의 아이디어인냥 발표하고 까불다가 딱걸려서 거의 매장 당했던 일입니다. 조원들이 무섭게 몰아붙이고는 그 다음부턴 필요한 상황 아니면 저한텐 말도 안걸더군요. 죄를 지은 기분이었습니다. 미국은 어릴 때부터 그렇게 교육을 시킵니다. 아이디어 도용을 용납하지 않으며,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칭찬해주는 문화가 몸에 배어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육부터 우리와는 다른데, 그들은 엉뚱한 대답을 늘어놓는 학생의 의견마저도 존중해주는 교육을 해왔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왠만한 분들 다 아시다시피 '맞다/틀리다'로만 가르치고, 틀린 답에 대해서는 재고조차 크게 하지 않습니다. 어느 길로 가야 최적인지만 배우죠. 창의성은 함몰되고 베껴도 정답이면 된다는 교육방식의 폐단이 선진국으로 진행되어 가는 단계의 대한민국에서 드러나고 있는 중입니다. 참고로 미국에선 논문 표절같은 경우에는 중범죄에 해당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 걸리면 그만'인 식이지만요. 논문표절땜에 정계진출 못하고있는 교수님들이 대한민국에 수두룩하다카더라



여하튼 미국의 이러한 교육방식 하에서, 학생들은 타인의 지적재산에 돈을 지불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됩니다.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로,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 기업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들이 있다면 그들을 인수하는 형태가 상당히 많습니다. 아이디어를 존중해주는 풍토가 조성이 되어 있는 것이죠. 그렇게 제조가 아닌 지식이 산업피라미드의 최상층부에 자리하기 때문에 위대한 발명품들이 화수분처럼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의 아이디어를 채용하여 규모의 경제로 밀어부치는 전략을 사용해서 세계 최강의 스마트폰 기업 중 하나로 발돋움 했습니다만, 어딘가 내실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아이템 하나 잡아다가 고객 세그먼트별로 쪼개서 맞춤 상품군을 만들고 많이 찍어낸다는 전략으로 한동안 애플보다 시장 점유율을 높게 가져갔었습니다만, 그것은 본질적인 성장동인은 될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삼성과 비슷한 사업형태로 더 크게 규모의 경제 전략을 밀어부치는 회사가 나타난다면 필연적으로 무너지게 되어있거든요. 그 좋은 예시가 중국의 스마트폰 회사인 '샤오미' 되겠습니다. 이 회사 요즘 엄청나게 핫합니다. 갤럭시 시리즈와 별 차이 없는 성능의 물건을 훨씬 싸게 살 수 있다면, 소비자들이 삼성 물건을 살 이유가 없겠죠. 게다가 삼성의 갤럭시 브랜드가 그 프리미엄 가격을 감당하고서라도 돈을 지불하고 싶을 만큼 세계적으로 이미지 밸류가 강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금의 실적부진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보여집니다. (참고로 저는 갤럭시노트2를 쓰고 있습니다. 맹목적인 애플 지지자앱등이가 아님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최근에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최지성 사장이 추석연휴에 삼성전자 중국법인에 방문해서 실적부진을 이유로 법인장을 조지고 왔다는 뉴스가 떴었는데, 법인장 조져서 해결될 일이면 진작에 해결됐을 일이겠죠. 보다 나은 아이디어를 채용해서 타 스마트폰과는 구분되는 장점을 만들어 냈어야만 했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규모를 불리는 것만으로 실적이 오르던 시대는 저물었으니까요.



이처럼 무형자산의 영향력은 막대합니다. 한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부가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죠. 기업들이 비싼 돈 들여서 컨설팅회사와 계약을 맺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그게 다 지식(무형자산)값입니다. 자신들에게 없는 지식을 외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기업에 녹여내기 위함인 것이죠. 모르는 꼰대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도 없고 남는 것도 없으니 '땅짚고 헤엄치는 장사'라는 식의 말로 폄훼를 하곤 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그들이 젊을 적 열심히 들었던 조용필의 위대한 음악들도 다 그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의 산출물일겁니다. 



광고도, 음악도, 방송도 마찬가지로 무형자산입니다. 모두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나오는 Intangible한 자산들인 거죠. 최근에 몇몇 음악 아티스트들이 Melon과 같은 스트리밍 기업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아티스트들이 만든 음악(무형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고 기업의 이윤 추구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나 멜론같은 사이트들 보면 대체 저 중에 얼마나 아티스트들한테 떨어질까 싶을 정도로 어이없이 저렴한 값에 음악을 팔고 있더군요. 확실히 대한민국은 무형문화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에 대해 돈을 지불하는 것에 박하다는 느낌입니다. 대형 스트리밍 회사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의식에도 장애가 있습니다. 무료로 음원 구했다는 걸 SNS에 자랑조로 늘어놓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괘씸함을 초월하여 그냥 안쓰럽다는 생각만 듭니다. 좋은 음악 들었지, 감동 받았지, 근데 왜 돈은 안내냔 말입니다. 거지인가요? 부끄러운 줄 알아야합니다.



....라고 개콘을 표절한 중국 방송국 PD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표절은 절도입니다. 남의 무형자산을 훔쳐서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는 명백히 절도입니다. 지적재산권 침해라는게 그런 뜻이죠. 한 편으로는 이해가 가는 것도 같습니다. 중국도 우리나라처럼 제조업과 수출로 갑자기 성장했고, 돈이 좀 생겼으니 Fancy한 것도 좀 보고싶고, 가만보니 한류가 좀 핫해보이니까 한번 흉내내볼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요즘에나 예능 퀄리티가 올라갔지, 예전에는 일본이나 미국 예능 포맷 그대로 옮겨다가 재미를 많이 봤었으니 중국의 지금 행태가 이해 안가는 것은 아닙니다. '별에서 온 상속자들'이라는 드라마가 중국에서 촬영 중이라고 했는데, 중국인들의 한류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죠. 적어도 문화 면에서, 중국은 선진 문화 컨텐츠를 많이 누려본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국입니다. 컨텐츠 발전을 위한 시도 자체는 존중하고 싶네요. 하지만 표절을 한 것은 분명히 지탄받아 마땅하며, '인용'을 하는 것과 '복사'를 하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므로 앞으로는 이와 같은 일이 잦아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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