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TOEIC speaking과 OPIc에 대한 단상

우리 사는 이야기 2015. 2. 10. 13:53



몇 일 전, 유효기간이 만료된 Toeic speaking 성적을 갱신하기 위해서 또 한번 시험을 보러갔습니다. '난 시험 준비따위하지 않아!'라고 허세 잔뜩 부리고 있었지만, 실은 2년동안 영어를 꾸준히 쓸 일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걱정을 안고 시험에 임했습니다.



원래 보려던 시험은 OPIc이었습니다. OPIc은 '유창함'을 봅니다. 단순히 말을 많이 녹음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대화가 가능한 지에 대해 측정하는 시험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험 초반에 난이도를 정할 수 있고, 중간에 난이도를 또 한번 정할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유연성과 흐름에 탄복했던 테스트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은 이 쪽 점수가 더 좋아서 그렇습니다 영어가 익숙한 해외 유학파들에게는 분명히 유리한 시험이기는 합니다.



반면에, TOEIC Speaking은 아무래도 정형화가 많이 되어있고, 족보도 많고, 유창함을 보려는 시험이 아니라 요점만 딱딱 짚어서 말할 능력이 있는 지를 보려는 시험입니다. 그러다 보니, 진짜 실력이 아니라 테크닉이 많이 작용을 하게 되죠. 테크닉 위주의 말하기 시험이라는 것이 과연 본래 시험의 취지에 부합하는 지는 솔직히 의구심이 들고요. 그래서 원래 보려던 시험은 OPIc이었습니다. 



헌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영어능력시험 Scale을 적을 때 '10점 만점에 10점' 등의 숫자 스케일을 원하지, IM (Intermediate Medium)등의 등급을 보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더군요. 삼성같은 경우는 안 가리고 다 보는 것 같기는 했습니다만, 국내 입사지원서들은 수치로 확인이 가능한 것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히 높아 보입니다.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의 개념으로 말이죠. 바지 하나 살때도 Inseam, waist, length 등 고려할 게 많은데 고작 성적 하나로 대학을 가네마네 정하는게 말이되냐는 어떤 영화 주인공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원래 OPIc을 보려던 저는 방향을 틀어서 Toeic speaking을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험장 앞에 가보니, 하나같이 가져온 교재에 머리를 묻고 나올지 안나올지도 모를 족보를 바라보며 스크립트를 외우고 있는 수험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무 책도 안 보고있는 제가 이상한 사람처럼 생각이 들 정도로요. 말하기 시험을 보는데 암기를 해야하는 신기한 상황. 말하기만큼 정직한 것이 없다고 믿고 있는 저에겐, 어딘가 억지스러운 풍경이었습니다. '나중에 저 사람들 회사가서 영어 쓸 일이나 있을까'싶기도 하고, 그래도 저 점수하나 없으면 취직기회조차 주지 않는 취업환경에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시험은 비교적 편하게 보다가 나왔습니다. 아침 일찍가서 시험 보려니 입에서 되도않는 소리들이 튀어나와서 몇 차례 스스로에게 당황한 것만 빼면 괜찮았습니다. 아직도 영어/한국어가 둘 다 편안하지 않은 걸 보면, 2개국어 완전정복의 길은 멀고 험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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