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스타 (Rockstar)라는 단어는 지금이야 -락음악과는 상관없이- 잘나가는 인물들을 통칭하는 단어로 쓰인다. Jay-Z, 스티브 잡스, 버락 오바마, Maroon 5 등등. 음악을 포함한 전 분야에서 시대의 아이콘이 된 유명인사들을 일컫는 단어가 바로 이 락스타(Rockstar)다.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쓰였던 단어는 아니다. 1950년대부터 쏟아져나온 성공한 Rock 뮤지션들에게 찬사가 쏟아지고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가 주어졌다. 비틀즈, 롤링스톤즈, 엘비스 프레슬리, 스콜피온스, 딥퍼플, 레드제플린과 같은 올드스쿨 뮤지션들, 정확히는 락커들이 이 시대의 음악의 기틀을 다졌고, 문화를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그런 그들을 락스타라고 불렀다. 요즘의 저스틴비버같은 아이들처럼 단순히 마약과 파티에 찌들어 있고, 여배우들과 검열삭제나 하고 다녀서 얻어낸 이름이 아니라는 소리다. (다른 시대를 예로 들어보자면, 1800년대 초반의 독일에서의 베토벤이 락스타와 같은 입지에 있었다고 한다. 음악수업시간에 들은 이야기.)
그렇다면, 요즘 대한민국에서의 락스타는 누구일까? 힙합 뮤지션들이다.
Rockstar의 본질은 그 쿨함에 있다. 하나의 인간임을 넘어 쿨함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Rockstar의 본질이다. 배트맨이 한 명의 인간을 넘어 범죄와의 전쟁의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것처럼. 요즘의 빈지노, 버벌진트같은 힙합뮤지션들은 락스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한정으로) 남자들은 그들처럼 되고 싶어하고, 여자들은 그들의 여자가 되고 싶어한다.
Rock이라는 단어부터가 단순히 락음악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멋있다 혹은 간지난다는 의미를 담은 동사이기도 하다. 작금의 'Cool하다'는 구절이 시원하다보다는 좋다, 멋있다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랄까. 요즘의 힙합뮤지션들은 소위 간지를 뚝뚝 흘리는 느낌이다. 힙합하면 언더그라운드였고, 배고픔이 수반될 것만 같은 암담함이 저변에 깔려있었던 시절이 불과 10여년전이었는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듯 보인다. 2014년 오늘날 대한민국의 힙합은 참으로 쿨하다. 힙합장르와 문화의 상업적인 성공을 말하고자함이 아니라 힙합을 향한 대중들의 인식과 태도가 그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많이 올라와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드렁큰타이거가 이미 십여년 전에 '힙합은 사는 방법'이라고 떠들어도 힙합바지와 팀버랜드 6인치 부츠로만 그것을 이해했던 대중들이 이제서야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Show me the money'
반론의 여지가 있지만 아무래도 이 프로그램의 공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우선, 반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이유는, M.net이 힙합을 흥행의 도구로만 사용할 뿐, 장르에 대한 Respect가 없다는 의견에 공감을 하기 때문이다. 시청률 때문에 가위질 몇번으로 사람 몇명 순식간에 매장시키기도 하고, 음악을 사랑한다고 온 지원자들을 꿔다놓은 보리자루처럼 줄줄이 세워놓고 랩 시키는 풍경하며. 보면서 욱하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은 힙합을 대중화 시키는데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 일단, 한국 힙합의 산증인인 가리온이 나왔다. 꼰대네 어쩌네 해도 한 분야의 최고 어르신이 고정으로 출연해서 프로그램을 빛낸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에게도 다르게 생각하는 전기가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내 주변에서도 소소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혀 상상도 못했던 회사 선배의 입에서 쇼미더머니가 재밌더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랩음악에 대해 논하지 않던 지인들도 술자리에서 쇼미더머니를 주제로 대화를 펼친다. 고등학교 시절에 Nas와 Jay-Z, 2pac과 Biggie의 라이벌전 이후로 힙합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나 역시도 힙합음악을 다시 듣기 시작했다. 몇년간 놓쳤던 좋은 트랙들을 추천받고 들으며 산다. 살면서 요즘처럼 힙합음악에 심취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개간지피타입날가져요. 쇼미더머니의 나비효과는 상상 이상으로 커다랗다.
글을 쓰다보니 마치 '죽었던 음악이 다시 생명력을 얻은' 것 같은 논조가 생겼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정확히 말하자면 힙합은 애초에 죽었던 적이 없다. 오히려 서서히 문화 저변에 번져나가고 있었다. 인터넷에서는 Hiphopplaya.com 같은 웹진에서 꾸준히 홍대 주변 소식들을 알려주고 있었고, 배치기나 빈지노같은 외모 준수한 뮤지션들이 꾸준히 팬층을 양산하며 인기를 유지해왔다. 게다가 (흔한 일은 아니지만) 작년 Control 비트 사건같은 일이 터져주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엄청난 흥행이 있었다.
한국 힙합의 생명력을 논할 때 가장 존중받아 마땅한 부분은 가리온을 위시한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들이 묵묵히 진정성 있게 음악을 해왔다는 점이다. 흥행은 한두번 불어오는 바람일지 모르나, 그 바람에 휩쓸려 날아갈지, 아니면 깊은 뿌리를 박고 있을지를 결정하는 건 묵묵히 음악해온 이들의 '실력', 그 단순한 진리다. 가난한 노래에 씨를 뿌려 뿌리깊은 나무로 만들어낸 가리온 세대, 그 위에 탐스러운 과실을 뽑아낸 2세대 힙합뮤지션들. 그리고 오늘날의 힙합을 보면서 무수히 양산되고 있을 실력 있는 힙합키드들. + 그 위에 화려한 장식을 얹어 크리스마스 트리로 장식해 준 쇼미더머니라는 한 프로그램까지. 한국힙합씬의 선순환은 오늘도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중이다. 그 선순환의 중심에는 아티스트들의 뼈를깎는 노력이 자리하고 있고, 깊이가 너무 깊어서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다는 점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여담으로 다른 아쉬운 점이라면,
Rockstar의 어원은 분명히 Rock에서 나온 것인데 어찌 그 어원인 록음악과 그 문화는 왜 이렇게 저변이 좁고 흥행이 안되는가에 대한 문제다. 최근 내가 TV에서 록음악 관련 컨텐츠라고 확인한 건, 록커 김태원이 나온 '남자의 자격' 그리고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인 Top Band 뿐이었다. 우리나라도 분명 록음악 강국이었고 밴드음악이 메인메뉴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됐을까? 산울림, 송골매, 봄여름가을겨울, 동물원, 들국화같은 밴드들이 쏟아져나와서 젊은이들이 머리를 기르고 부츠컷 청바지를 즐겨 입었던 1980년대는 2014년 오늘날의 힙합문화와 묘하게 오버랩되는 측면들이 있다.
Rock음악이 Rock하지도 않고 Cool하지도 않으니, 사람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FT아일랜드나 정준영을 일컬어 락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라고 불러대는 현실에도 개소리하지말라며 디스곡 뽑아낼 수 있는 패기로운 언더그라운드 밴드 하나가 없다. 개탄할 현실이다. 한국힙합의 자생적인 인프라 구축 과정이 너무 극적이었기에 지금 록음악의 퇴보가 어쩌면 정상적일지도 모르겠으나, 헤비메탈 듣고 자란 내게, 오늘날 한국힙합의 흥행은 기쁨과 씁쓸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다크초콜렛같은 느낌을 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