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수트가 잘 어울렸던 TV/영화 속 인물들

덕질/패션 2014. 10. 15. 15:30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서 가장 수트를 우아하게 소화했다고 생각되는 인물(혹은 캐릭터)들 10명을 선정해봤다. 어디 잡지에 실리는 것도 아니고, 어쨌거나 본인의 이상향이라고 생각되는 워너비들만 올림. 조인성이나 로버트 패틴슨 같은 인물들은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기럭지가 탁월하여 무슨 옷이든 다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으나, 수트만은 어울리지 않는다. 옷걸이는 좋은데, 수트가 몸에 감긴다는 느낌이 없다. 정확히는 수트입었을 때 '날티'가 난다. 때때로 너무 말라서 없어보이기까지 한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수트의 요점은 중후함과 고전적인 풍모다. 그렇기에 적당히 살집도 있고, 나이도 어느정도 들 수록 수트가 어울린다고들 하지 않는가. 




1. 영화 '신세계' : 황정민 이정재






이정재만 적으려고 했는데 황정민을 도저히 제외할 수 없어서 둘 모두 선정. 이정재는 수십년 세월의 수트 내공이 이 영화에서 폭발한 듯하다. 그는 자기 몸에 맞는 수트를 어떤 무드로 입어야 하는지, 그걸 입고 어떤 자세를 취하고,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해한 정도가 아니라 몸에 배어있다고 해야할까. '우아하다'는 표현이 걸맞는다.


황정민은 클래식함과 날티의 경계를 기묘하게 넘나들면서 영화 속 캐릭터에 걸맞는 자유분방한 간지남을 수트를 통해 창조했다. 영화 속 황정민은 셔츠 소매를 단 한번도 잠그지 않았으며, 심지어 수트 밑에 슬리퍼를 신고 나오는데도 어색하지 않았다. 자기 몸에 맞게 '소화'한 것이다.





2. 007 시리즈 : 션 코너리 경







다니엘 크레이그가 수트입었을 때 멋지다는 건 전우주적인 팩트다. 그러나 1대 본드 션코너리의 편안해보이는 느낌이 보다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더 멋있기도 하고. (다니엘 크레이그의 '멋있음'은 너무 항상 멋있다보니까 오히려 질리는 느낌이랄까) 톰포드 수트와 브리오니 수트의 차이랄까. 톰포드 특유의 칼같이 떨어지는 시크함도 좋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벤치마킹해야하는 쪽은 션코너리 쪽일 거라고 생각된다. 물론 션코너리가 입고 있는 수트들도 모두 테일러링된 옷들이다. 딱 맞으면서 편안한 수트가 세상에 그렇게 흔하지는 않다.






3. 알피 : 주드 로








캐릭터 자체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색골이었지만 주드로의 패션센스만은 빛났던 영화 '알피'. 이 영화 이후로 주드로는 탈모가 본격화 됐고, 주름살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의 꽃미모 리즈시절 마지막 영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후에 나온 영화들에서는 또 다른 형태로 멋을 풍기는 남자이긴 하지만 말이다.(푸대자루만 뒤집어 쓰고 있어도 멋있을거다) 여하튼, 이 영화에 나오는 수트들은 하나같이 구찌같은 명품들인데, 기존에는 게이가 아니고 왠만해서는 서양인들이 시도하지 않던 핑크셔츠 등의 아이템들을 적절히 믹스매치해서 2시간짜리 주드로 화보집을 만들어냈다. 더불어, 시에나 밀러와의 케미도 훌륭했었다.






4.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 캐리 그랜트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걸작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North by northwest)의 주인공이자, 미국의 전설적인 배우 캐리 그랜트. 지금으로 치면 조지 클루니 정도의 입지를 지닌 헐리웃 배우였다고 전해진다. 빼어난 외모 뿐만 아니라 패션감각도 원체 뛰어난 사람이었는데, 한 영화에서 사무실에 로퍼를 구비해두고 '출근할 때는 윙팁, 사무실에서는 로퍼' 형태의 생활방식을 보여줬더니 그게 미국인들에게 전파됐다는 카더라 통신이 있을 정도로 패션 분야에서 그가 갖는 영향력은 지대했다. 어떤 옷을 입어도 그는 근사하고 편해보인다. 그리고 경비행기에 쫓길 때도 품위있었다.







5. 파리의 연인 : 박신양





파리의 연인에서 무뚝뚝한 재벌을 연기한 박신양의 수트패션은 더블브레스티드 수트를 다시 메인스트림으로 올려놨다. 단추 두줄짜리 수트를 누가 다시 입을 생각을 했을까. 여하튼 그 덕에 한국에서 더블브레스티드 수트 입은 남자들을 보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키도 작고 비율도 그렇게 좋지않은 박신양이지만, 애티튜드가 확실하니 수트가 멋지게 어울렸다.






6. Crazy, Stupid, Love : 라이언 고슬링







원래도 옷 잘입는 라이언 고슬링이 자기 몸에 딱 맞는 배역을 맡아서 보석처럼 빛났던 코메디 영화. 피자를 들고 있는데도 게걸스러워보이지 않는 위엄이란. 모 잡지에 실린 그의 인터뷰에서 패션에 대한 철학이 엿보였다. 맞출때는 시간을 많이 들여서 좋은 옷을 맞추지만, 대신 옷장 앞에서 옷 고를 땐 조금도 망설이지 않는다는.







7. Dark Knight Trilogy : 크리스천 베일






크리스천 베일이라는 배우 자체는 워스트 드레서에 가깝다. (길거리에서 찍히는 파파라치 샷을 보면 정말 옷 입는 걸 귀찮아하는 듯) 그러나 백만장자를 연기하는 베일신의 태도는 사뭇 진지하여, 조지오 아르마니의 수트와 절묘하게 어울렸다. 기본적인 투버튼에, 보통 사람들이 입으면 사립학교 교복정도로밖에 안 보였을 수트지만 베일의 캐릭터에게는 특별하게 소화되었다. 라인에는 군살하나 없고, 넥타이 매듭도 완벽하게 마무리 되어있다.







8. 500일의 썸머 : 조셉 고든 레빗







정확히는 '수트'라기 보다 비즈니스 캐쥬얼에 가깝다. 느슨한 듯한 복장 소화가 캐릭터를 너무 잘 살렸고, 덕분에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헐렁하게 맨 넥타이와 적당히 편해보이는 옷들에 세팅하지 않은 머리카락. 저렇게 입었는데 스타일리쉬해보이는건 조셉고든레빗이라는 배우의 센스가 9할 이상이다. 자신에게 무엇이 제일 어울리는지 알고 옷을 걸치기 때문에 실패하지 않는 것. 








9. 콘스탄틴 : 키아누 리브스







위와 마찬가지로 정석적인 수트는 아니다. 느슨한 넥타이, 한칸 풀린 흰 셔츠, 그리고 줄담배. 다른 어떤 이가 시도했다면 과해서 욕만 먹었을 컨셉이지만 키아누 리브스이기에 소화가능.







10.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 스티브 맥퀸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에서 백만장자를 연기한 스티브 맥퀸은 별명대로 'King of Cool'이었다. 보통은 피어스 브로스넌이 나온 영화로 알고들 있지만, 이게 원작. 다양한 형태의 쓰리피스 수트들을 입고 나오면서 간지를 풍겼다. 얼핏보니 다니엘 크레이그와 비슷한 느낌이 나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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