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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1 [드라마] 선덕여왕 50화 - 미실의 최후
  2. 2009.11.05 [드라마] 선덕여왕 47화
  3. 2009.09.28 [드라마] 비담과 조커, 다른듯 닮은 두 빌런.

[드라마] 선덕여왕 50화 - 미실의 최후

덕질/드라마 2009. 11. 11. 16:10


선덕여왕 최고의 카리스마를 자랑하던 그녀, 미실이 50화에서 숨을 거둡니다.
첫 등장씬부터, 최후까지. 그녀는 완벽한 모습을 잃지 않더군요. 너무나 고결한 죽음이었습니다.
한국 드라마, 혹은 세계 어느나라의 희극역사에서도 이렇게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낸 여성은 많지않았습니다.
이것으로 팽팽하게 이어져왔던 선덕여왕과 미실의 라이벌 구도는 끝이 나는군요.

라이벌 구도에서 가장 중요한건 양쪽 모두 인간미를 극도로 배제하고 냉정해야한다는 것인데
비담이라는, 자신이 버렸던 아들이 미실의 인간다움을 건드리는 바람에 미실은 패했다고 단언할수 있겠습니다.
49화동안 이어졌던 그 차가움이, 혈육이라는 존재 하나 때문에 흐트러지는 모습에서 열배의 매력을 느꼈습니다.

라이벌. 참으로 흥미로운 관계입니다. 애와 증이 섞인 묘한 관계이고, 서로의 존재를 통해 자신을 정의하기도 하죠.
서로를 라이벌로 삼으면서부터 미실과 덕만은 서로 계속해서 발전해왔습니다.
마치 서로를 거울 보듯이 하면서,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서로의 입장에서 행동해보며 말이지요.
미실의 마지막 대사는 그래서 그런지, 자기 친아들에게 전하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따위의 말이 아니라 
'덕만은 아직이냐'였습니다.

라이벌이란 그런것이니까요.

대표적인 라이벌들이죠. 20년도 더된 라이벌. 류 그리고 켄.

두말하면 입아픈 최강의 적수, 배트맨과 조커.



물론 위의 둘도 훌륭한 라이벌이긴 하지만 덕만과 미실에 조금더 가까운 관계가 바로 이 밑의 둘이라고 봅니다.





라오우와 켄시로, 켄시로와 라오우.



북두의 권의 주인공들. 켄시로와 라오우 입니다. 
둘은 어릴적부터 같이 수련한 동지이며, 가는 길이 다르기에 언젠가는 둘중 하나가 파괴되어야하는 운명의 존재들입니다.
같은듯 다른 두 사람의 애증섞인 관계가 저 위의 덕만과 미실을 보며 오버랩이 되더란말이죠.

혈투끝에 켄시로가 승리하지만, 라오우는 북두신권 최강의 기술을 자결하는데 사용하며 생을 마감했지요.
가장 강력하고 완벽한 기술로 가장 고결한 죽음을 택하는 북두신권 최강의 남자 라오우.
두 사람의 관계는 승과 패, 간단하게 둘로 나뉠수만은 없는 그런 사이였습니다.
이 또한 미실과 덕만의 관계와도 일치하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켄시로와 라오우의 결투가 끝나고 라오우가 죽었을때, 저는 가상의 캐릭터때문에 슬픔을 처음 느껴봤습니다.
적이 죽었는데 왜그리 슬프던지. 
미실의 죽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앓던 이가 빠진듯 후련한 것이 아니라, 응당 있어야할 것이 없어진것처럼 허전하더란 말입니다.

고현정이 2009 M본부 연기대상을 받지 못한다면, 정말 화가 날것처럼 말이예요.

굿바이 미실, 굿바이 고현정.
:

[드라마] 선덕여왕 47화

덕질/드라마 2009. 11. 5. 03:40

우린 결국 이길밖엔 없었나봐요..

소화..

30년 돌고돌아 결국 제자리네요...












저 이름들처럼 언젠간 저도 이곳에 남게될까요..

이름을 남기길 바라느냐?

뭐라도 바라는 것이 있어야.. 살지 않겠습니까.

....

16살. 저는 고구려간의 포로였습니다. 산채로 땅에 묻혔지요. 세주께서 결사대와 함께 적진을 뚫고 들어와 땅속에서 죽어가던 절 끄집어내셨습니다.

그때부터..온전히 세주께 바쳐진 삶이었습니다.

..해서?

그 후로도.. 수많은 전투가 있었고 문노와의 목숨을 건 결전도 있었고, 타클라마칸의 모래 폭풍도 있었지요..

셀수없는 생사의 고비를 넘었겠지.

매번.. 용케도 살아남았다 생각했는데..

..했는데?

실은.. 매번 죽을 기회를 놓친것 같습니다.

...........

다음 기회는.. 결코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소화가 죽었습니다.
극의 중심은 아니었지만 그 가장자리에서 맥을 이어오던 중년의 로맨스는, 결국 피와 함께 끝이 나버렸습니다.
30년을 돌고돌아, 잘못된 자리에서 잘못된 사람을 사랑했던 그들.
안타까운 결말입니다.

자신이 평생을 두고 사랑한 정인을 스스로 죽이고마는 칠숙의 눈에서는 공허함 밖에는 보이지 않는군요.
개인적으로 선덕여왕 지금까지 방영분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을 명장면중 하나인지라 캡쳐해봤습니다.
칠숙의 공허한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서 맴돕니다.
:

[드라마] 비담과 조커, 다른듯 닮은 두 빌런.

덕질/드라마 2009. 9. 28. 15:36
요즘 드라마의 대세는 뭐니뭐니해도 선덕여왕입니다.
최근에 갑자기 만화영화같은 전개들 때문에 (혹은 만화같은 캐릭터들 때문에) 극의 밸런스가 많이 무너진 느낌이지만
썩어도 준치죠. 탄탄한 구성과 참신한 연출은 선덕여왕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아무리봐도 배가본드의 주인공 '미야모토 무사시'가 자꾸만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나오죠. 비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는 배가본드를 참고해서 비담을 창조했다고해요.


등장초반부터 말이 많았던 인물입니다. 미실과 진지왕의 사생아라는둥, 나중에 난일으키고 죽는다는둥, 다중인격에...
다른건 몰라도 다중인격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중인격인척 연기를 할 뿐이지, 사실은 엄청 약삭빠른 기회주의자랄까요.

비담이 해맑게 웃고 있으면 왠지 무섭습니다.




밝고 명랑한 사람일수록, 그런척 하는 사람일수록 가슴속엔 남모를 어두운 상처가 있죠. 정확히 그런 타입의 인물입니다.







스승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설움.






선덕여왕의 제작자는 인터뷰에서 '롤플레잉 게임을 하듯, 성장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Progress를 지켜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흥미진진하기만 하지요.
자기 출생도 모르고 천민에 가깝게 살다가 거대한 운명을 깨닫고 각성하는 선덕여왕,
심성이 너무곧고 굽힐줄을 몰라 숱하게 당하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끝까지 관철하여 마침내 삼국을 통일하는 김유신.
선덕여왕과 김유신은, 선한 방향으로(선과 악의 구분은 승자의 입장에서 쓰여지므로 애매합니다만) 성장하지만
반면에 비담은 그렇지 못한 방향으로 커버리고 맙니다.

이 장면이 아마 비담의 광기를 가장 잘 나타낸 장면이겠죠.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는 이미 다른 남자를 바라보고 있고, 자신의 스승마저도 자기보다 자기친구를 더 믿는.
어머니라는 인물에게는 애시당초에 버림을 받았던, 어느 곳에서도 선택받지 못한 불행한 인물.







정사에 의하면 훗날 비담이라는 이 남자는 상대등(국무총리) 지위까지 올라 김춘추, 김유신과 권력다툼을 벌이며
자신의 입지가 위태해지자 상대등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반란을 일으킵니다.
(국무총리 레벨의 인물이 일으키는 반란이니 그 추종자가 상당했다고 생각할수 있겠지요.)
그러나 김유신이 이를 단 10일만에 제압함으로서 비담은 사형과 함께 멸문지화를 당하고 맙니다.
비담의 난 도중에 병세가 악화된 선덕여왕은 승하하고 말지요.


드라마 선덕여왕은 픽션이 상당히 많이 가미되어 있어서 위의 내용과는 사뭇 다르리라 예상이 됩니다만
아마도 비담과 김유신, 선덕여왕 세명 사이의 인물관계가 중점적으로 그려질거라고 생각됩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모두에게 버림받은 비담의 모습에 관심이 가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광기는 상처에서 시작됩니다.

이미 미친 사람, 이미 미쳐있는 사람은 두렵지 않습니다. 이미 완성되어있기 때문이죠.
정말 무서운건 미쳐가는 사람입니다. 
미쳐가는 사람은 악인이긴 하지만 일말의 인간다움이 섞여있기때문에 더 안타깝고

그렇기 때문에 더 무서운 것입니다. 

영화 '다크나이트'에서의 조커를 맡은 히스레져가 그런 캐릭터였습니다.
잭니콜슨이 연기했던 조커는 이미 완성된 광인(狂人)이었습니다. 하지만 레져가 연기한 조커는 그 과도기에 있었죠.
(자기 입에 상처라던가, 어린시절 이야기같은 것들을 늘어놓는다는게 인간다움이 남아있다는 증거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이장면이 이영화 최고 명장면중 하나였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는 히스레져가 연기한 조커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단순히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라는 말보다 더 많은 분석들이 오고 갑니다.

'왠지 측은했다. 괜히 사람이 미치는건 아니겠지'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슬퍼보였다.' 뭐 이런 분석들 말이죠.








누군가는 구원할수 있지 않았을까요







비담은 지금 미쳐가는 중입니다.
상처가 쌓이고 쌓여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어가고 있어요.
상처는 곧 광기가 되어 한바탕 폭풍을 몰고 오겠지요.



선덕여왕은 어딘지 모르게 다크나이트의 냄새가 납니다. 
참신한 연출과 선 굵은 스토리텔링, 거기다 Hans Zimmer (한스짐머:다크나이트 음악담당, 캐리비안의 해적도 맡았죠)와
너무나 유사한 분위기를 풍기는 웅장한 음악.. 무엇보다 비담의 존재가 더 그렇습니다. 
이미 시청자들은 나중에 비담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기때문에 더 안타깝다고 해야할까요. (마치 하비덴트처럼요.)
이번주 방영분에서 비담의 스승인 문노가 죽음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누가 그런짓을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믿는도끼에 발등찍힐 확률이 높지 않겠습니까.
비담이 마침내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고, 우리가 예상한 그런 인물로 성장하는지 계속 지켜보도록 합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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