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비담과 조커, 다른듯 닮은 두 빌런.

덕질/드라마 2009. 9. 28. 15:36
요즘 드라마의 대세는 뭐니뭐니해도 선덕여왕입니다.
최근에 갑자기 만화영화같은 전개들 때문에 (혹은 만화같은 캐릭터들 때문에) 극의 밸런스가 많이 무너진 느낌이지만
썩어도 준치죠. 탄탄한 구성과 참신한 연출은 선덕여왕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아무리봐도 배가본드의 주인공 '미야모토 무사시'가 자꾸만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나오죠. 비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는 배가본드를 참고해서 비담을 창조했다고해요.


등장초반부터 말이 많았던 인물입니다. 미실과 진지왕의 사생아라는둥, 나중에 난일으키고 죽는다는둥, 다중인격에...
다른건 몰라도 다중인격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중인격인척 연기를 할 뿐이지, 사실은 엄청 약삭빠른 기회주의자랄까요.

비담이 해맑게 웃고 있으면 왠지 무섭습니다.




밝고 명랑한 사람일수록, 그런척 하는 사람일수록 가슴속엔 남모를 어두운 상처가 있죠. 정확히 그런 타입의 인물입니다.







스승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설움.






선덕여왕의 제작자는 인터뷰에서 '롤플레잉 게임을 하듯, 성장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Progress를 지켜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흥미진진하기만 하지요.
자기 출생도 모르고 천민에 가깝게 살다가 거대한 운명을 깨닫고 각성하는 선덕여왕,
심성이 너무곧고 굽힐줄을 몰라 숱하게 당하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끝까지 관철하여 마침내 삼국을 통일하는 김유신.
선덕여왕과 김유신은, 선한 방향으로(선과 악의 구분은 승자의 입장에서 쓰여지므로 애매합니다만) 성장하지만
반면에 비담은 그렇지 못한 방향으로 커버리고 맙니다.

이 장면이 아마 비담의 광기를 가장 잘 나타낸 장면이겠죠.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는 이미 다른 남자를 바라보고 있고, 자신의 스승마저도 자기보다 자기친구를 더 믿는.
어머니라는 인물에게는 애시당초에 버림을 받았던, 어느 곳에서도 선택받지 못한 불행한 인물.







정사에 의하면 훗날 비담이라는 이 남자는 상대등(국무총리) 지위까지 올라 김춘추, 김유신과 권력다툼을 벌이며
자신의 입지가 위태해지자 상대등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반란을 일으킵니다.
(국무총리 레벨의 인물이 일으키는 반란이니 그 추종자가 상당했다고 생각할수 있겠지요.)
그러나 김유신이 이를 단 10일만에 제압함으로서 비담은 사형과 함께 멸문지화를 당하고 맙니다.
비담의 난 도중에 병세가 악화된 선덕여왕은 승하하고 말지요.


드라마 선덕여왕은 픽션이 상당히 많이 가미되어 있어서 위의 내용과는 사뭇 다르리라 예상이 됩니다만
아마도 비담과 김유신, 선덕여왕 세명 사이의 인물관계가 중점적으로 그려질거라고 생각됩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모두에게 버림받은 비담의 모습에 관심이 가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광기는 상처에서 시작됩니다.

이미 미친 사람, 이미 미쳐있는 사람은 두렵지 않습니다. 이미 완성되어있기 때문이죠.
정말 무서운건 미쳐가는 사람입니다. 
미쳐가는 사람은 악인이긴 하지만 일말의 인간다움이 섞여있기때문에 더 안타깝고

그렇기 때문에 더 무서운 것입니다. 

영화 '다크나이트'에서의 조커를 맡은 히스레져가 그런 캐릭터였습니다.
잭니콜슨이 연기했던 조커는 이미 완성된 광인(狂人)이었습니다. 하지만 레져가 연기한 조커는 그 과도기에 있었죠.
(자기 입에 상처라던가, 어린시절 이야기같은 것들을 늘어놓는다는게 인간다움이 남아있다는 증거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이장면이 이영화 최고 명장면중 하나였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는 히스레져가 연기한 조커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단순히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라는 말보다 더 많은 분석들이 오고 갑니다.

'왠지 측은했다. 괜히 사람이 미치는건 아니겠지'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슬퍼보였다.' 뭐 이런 분석들 말이죠.








누군가는 구원할수 있지 않았을까요







비담은 지금 미쳐가는 중입니다.
상처가 쌓이고 쌓여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어가고 있어요.
상처는 곧 광기가 되어 한바탕 폭풍을 몰고 오겠지요.



선덕여왕은 어딘지 모르게 다크나이트의 냄새가 납니다. 
참신한 연출과 선 굵은 스토리텔링, 거기다 Hans Zimmer (한스짐머:다크나이트 음악담당, 캐리비안의 해적도 맡았죠)와
너무나 유사한 분위기를 풍기는 웅장한 음악.. 무엇보다 비담의 존재가 더 그렇습니다. 
이미 시청자들은 나중에 비담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기때문에 더 안타깝다고 해야할까요. (마치 하비덴트처럼요.)
이번주 방영분에서 비담의 스승인 문노가 죽음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누가 그런짓을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믿는도끼에 발등찍힐 확률이 높지 않겠습니까.
비담이 마침내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고, 우리가 예상한 그런 인물로 성장하는지 계속 지켜보도록 합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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