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FA 제도 개선 제안 : 한국형 Qualifying Offer

스포츠 2014. 3. 10. 01:35

선수들의 권익을 신장하기 위하여 도입된 FA(Free Agent) 제도가 시행된지 어느덧 15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FA 제도에는 아직 헛점이 많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본 포스팅에서는 현 FA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안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1. FA 제도


일단 FA 제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FA는 일정 기간 동안 소속팀에서 활동한 선수가 원소속팀 혹은 다른소속팀과 다년계약을 맺을 수 있는 제도를 말합니다. KBO에서는 고졸선수 9년, 대졸선수는 8년을 활동하면 자격이 주어지죠. 1군 엔트리 등록 기간이 시즌 전체의 2/3 이상이 되는 해만 활동 연수로 인정되며, 국가대표 차출 기간에 따라 활동연수의 이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아는데 자세한 내용은 위키백과를 찾아보심이 정신건강에 좋을 듯 합니다.


- FA 협상 시작일로부터 원소속팀과 1주일 간, 그 후 타팀과 1주일 간의 협상 기간이 주어지며, 원소속팀과의 우선 협상 기간 동안 템퍼링(타팀이 협상 기간을 어기고 미리 접촉하는 행위)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나 솔직히 다들 하는 거 아시잖아요.


- 1주+1주=2주의 협상 기간이 지나고 나면 모든 팀과 자유롭게 접촉이 가능합니다. 예전에는 1월 15일까지 계약하지 못한 선수는 당해 선수 등록을 할 수 없는 (정말 말도 안되는) 제한이 있었는데,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잖이 발생하면서 현재는 제한이 사라졌습니다.


- 타팀과 계약할 경우, 계약팀은 원소속팀에게 보상을 해야하는데 (1) 선수의 전년도 연봉 200% + 보호선수 20인 외 보상선수 1인 (2) 선수의 전년도 연봉 300%를 주어야 하죠. 대부분의 경우 FA선수를 뺏긴 원소속팀에서는 옵션(1)을 선택하는데 간혹 보상선수가 FA로 이적한 선수보다 더 큰 활약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담 1. 지난 시즌 후 정근우 선수를 한화로 보낸 SK는 보상선수를 지명하지 않고 옵션(2)를 선택했는데요, 한화 입장에서는 20인을 제외하면 타팀에서 탐내는 선수도 없을 만큼 얇은 습자지 뎁스를 만천하에 공개한 꼴이 되어 매우 굴욕적인 상황이었죠.


여담 2. 2011년 시즌이 끝난 후 SK는 임경완 선수와 FA 계약을 맺으면서 롯데에 임훈 선수를 보상선수로 보냈는데, 몇 주 되지 않아 정대현 선수가 롯데와 계약하며 SK는 임훈 선수를 다시 보상선수로 지명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죠.


여담 3. 한편 FA하면 빼놓을 수 없는 팀이 LG인데요, LG와 FA 계약을 맺는 타팀 선수들은 귀신같이 성적을 죽쓰는 현상이 유난히 많았죠. 홍XX-진XX-박XX 3연타를 맞고 '그룹 차원에서 타팀 FA 영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을 정도였으나, 2009년 시즌 이후 영입한 이진영, 정성훈 선수가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으면서 11년만의 가을야구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여담 4. 현재까지 FA 최고액 기록은 2013 시즌 후 원소속팀인 롯데와 4년 75억 계약을 맺은 강민호 선수가 갖고 있습니다.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실제 보장액은 100억이 넘는다고 하네요. 내년 최정 선수의 계약 규모가 사뭇 기대됩니다.




2. 타 리그의 FA 제도


(1) MLB


- 6시즌 후 자격 취득, 연 172일 이상 등록(25인 로스터와 부상자명단 포함)


- FA에 해당되는 선수에게는 원소속팀에서 Qualifying Offer 제시 가능. 선수가 받아들이면 1년 재계약을 하게 되고 ML 전체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을 받게 됨. 선수가 거부하면 FA 계약을 맺을 수 있으며, 타팀으로 이적할 시 계약팀은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이 박탈되고 원소속팀은 1라운드와 2라운드 사이의 보상 지명권을 획득.


원소속팀에서 Qualifying Offer를 제시하지 않으면 타팀과 계약하더라도 1라운드 지명권 박탈 및 보상 지명권이 발생하지 않음.


- 보상금, 보상선수는 없음



(2) NPB (일본프로야구)


- 고졸 8시즌 후, 대졸 7시즌 후 자격 취득


- 팀내 연봉 순위에 따라 등급 구분. 상위 3위까지 A, 4~10위 B, 그 이하는 C.


- A등급 선수를 영입시 원소속팀에 전년도 연봉의 80% 혹은 50%와 보호선수 28명 외 선수 1명 보상. B등급 선수의 경우 전년도 연봉의 60% 혹은 보호선수 28명 외 선수 1명 보상. C등급 선수는 보상 없음.




3. 현 FA 제도의 문제점


현재는 개선되었지만 FA 제도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지정된 날짜까지 계약을 하지 못할 경우 당해에 선수로 뛰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이 최영필, 이도형 선수 같은 고참급 선수들이죠. 결국 은퇴를 불사한 이도형 선수의 희생으로 제도가 일부 수정되었습니다. 현재는 계약 마감 기한이 사라져 시즌 시작 전까지 얼마든지 협상이 가능합니다.


(좌) 최영필 (우) 이도형. 최영필 선수는 FA미아 후 SK와 계약하였으나 작년 시즌 후 방출당했습니다. 이도형 선수는 FA문제로 KBO를 상대로 소송을 했었고, 현재는 일간스포츠에서 운영하는 '베이스볼긱' 편집위원으로 활동중입니다.


이른바 FA 미아 선수들은 소위 말해 S급 선수가 아니거나, 팀의 프랜차이즈가 아니거나, 리빌딩 중인 팀의 소속이거나 하는 등의 이유가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나이가 애매하게 많아서'인 경우입니다. 선수 본인들은 현역으로 뛰며 더 능력을 보여줄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팀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신진급 선수를 쓰겠다는 입장인거죠. 그래서 FA를 신청했지만 소속팀에서는 팽. 다른 팀으로의 이적은 언감생심입니다. 나이가 어느정도 찬 툴플레이어를 보상선수까지 내주며 영입하는 팀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죠.


선수 개인의 잘못된 판단으로, 그러니깐 누가봐도 은퇴하는 편이 나은 선수라면 계약을 못한 것은 본인 탓이 되겠죠. 하지만 능력이 있는 선수가 보상선수라는 걸림돌 때문에 소속팀을 찾지 못하게 되는 일은, 선수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FA제도가 선수를 죽이는 꼴이 된 것으로 해석해야겠죠. 결론적으로 현 FA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수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규정이 적용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FA 자격을 획득하고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선수의 가치가 고려되는 부분이 '계약금액'밖에 없습니다. 선수 본인이 자신의 가치를 평가한다고 한들 할 수 있는 일은 둘 중 하나입니다. FA 자격을 행사하느냐, 마느냐. 이거 좀 불합리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현행 제도를 개선하여 모든 선수들이 FA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Qualifying Offer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4. 한국형 Qualifying Offer


한국형 Qualifying Offer(이하 QO)는, ML의 QO를 한국프로야구의 실정에 맞게 변형한 것입니다. 사실 이름은 거창하지만 별 거 없습니다.


- 기본적으로는 ML의 QO와 같습니다만, QO-A와 QO-B의 두 등급으로 나눠집니다.


- FA자격을 갖게 되는 선수에게 원소속구단은 셋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합니다. QO-A 제시, QO-B 제시, 혹은 QO 미제시.


- QO-A를 받아들이게 되면, 연봉 상위 40명의 평균 금액으로 원소속팀과 1년 재계약을 하게 됩니다. 상위 40명의 기준은 ML의 기준을 scaling하여 정하였습니다. (ML은 전체 30개 팀, KBO는 전체 10개팀. ML의 QO가 상위 125명 평균 연봉을 지급하므로 리그규모가 ML의 1/3인 KBO에서는 125명의 약 1/3 가량인 40명의 평균 연봉 지급)


- QO-A를 거절하고 타팀으로 이적 시 원소속팀은 해당 선수 연봉의 100% + 보호선수 20인 외 선수 1명을 보상받게 됩니다.


- QO-B를 받아들이게 되면, 연봉 상위 80명의 평균 금액으로 원소속팀과 1년 재계약을 하게 됩니다. 이는 QO-A의 두배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 QO-B를 거절하고 타팀으로 이적 시 원소속팀은 해당 선수의 연봉 100%만을 보상받게 됩니다.


- QO를 받지 못한 선수는 모든 팀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으며, 이적 시 원소속팀에 어떠한 보상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 QO를 거절한 선수는 기간과 상관없이 모든 팀과 협상이 가능합니다. 물론 원소속팀과의 계약도 가능하지요.



2013년 프로야구 선수 연봉 상위 40인. 정보가 50명까지밖에 없어 80인 평균은 구하지 못하였습니다만
대략 1~2억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네요.


언뜻 MLB와 NPB의 FA제도를 섞어 놓은 것 같지만 그 취지는 조금 다릅니다. 자세한 설명을 하자면,


- NPB식으로 등급을 매길 경우 FA 자격 획득 1년전 선수의 연봉을 대폭으로 올리는 식의 꼼수를 부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QO 자체에 등급을 나누게 되면 원소속팀은 해당 선수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노력하겠지요.


- 팀이 매긴 가치가 낮게 되면 타팀에서는 큰 출혈없이 해당 선수를 영입할 수 있게 되므로 원소속팀엔 전력 누수가 생기겠죠. 반면 선수 자신이 매긴 가치가 너무 높았다면 계약하기가 어려워져 FA 미아가 될 확률이 높겠죠.


-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A등급의 선수가 QO-B를 받았다면 당연히 거절할 것이고 타팀에서는 보상선수의 출혈 없이 해당 선수를 영입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B+등급의 선수가 QO-A를 받고도 거절한다면 고액의 계약은 어려워질 것이 불보듯 뻔하죠.


- 한편 나이가 많은 툴플레이어의 경우, 원소속팀에서 잔류를 희망한다면 QO-B 정도를 제시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 QO를 받지 못하게 되겠죠. 이 경우 타팀에서는 부담없이 영입이 가능해지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 계약'


결론적으로, FA 자격을 갖춘 선수에 대해 해당 선수와 원소속팀이 각자 가치를 매기고, 그에 대한 책임도 각자 지게 되는 제도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QO를 받아들이는 경우는 선수 자신이 매긴 가치에 비해 소속팀의 평가가 후한 경우이거나, 전년도 성적이 좋지 않아 대박 계약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어 FA 재수를 하는 경우가 해당될 수 있을 것입니다. FA 재수가 가능케 되려면 FA 취득 연수도 보다 감소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행 고졸 9년, 대졸 8년으로는 보통 30살이 넘어가야 FA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는데, 스포츠 생리학적으로 이미 전성기가 지나간 나이입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보통 전성기를 27~28세 정도라고 본다면 고졸 7년, 대졸 6년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 외에도 자잘하게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들이 많이 남았지만 이 정도면 핵심은 다 언급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고작 일개 야구팬 한명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 미흡한 점도 많고 헛점도 분명 있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특히 QO의 등급에 따른 밸런스 문제나, 등급을 나누는 것이 악용될 소지는 없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포스팅 읽으신 분들의 의견과 제안 등 다양한 피드백을 희망합니다.


(후에 의견을 종합하여 정식으로 KBO에 제안하거나 공모전에 참가하는 것도 고려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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