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그리스 평가전의 득과 실, '1'의 무게감

스포츠 2014. 3. 7. 04:10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간밤에 열렸던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겉보기에는 매우 여유있게 두 점차의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축구팬이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경기였습니다만, 기깟 평가전이 이처럼 관심을 불러일으킨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죠. 월드컵 때 빼고는 축구를 안보시는 분들도 언론에서 워낙 떠들어대는 탓에 그 이유를 아실거라 생각됩니다. 바로 이 사내,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도, 골 찬스 세 번 놓쳤다는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기사가 만들어지는 바로 그 사내,



전세계 세손가락에 꼽히는 골키퍼 카시야스도 슛팅을 막아내고 감탄한다는 그 사내,


백암선생께선 널 기다리다가 은퇴하셨단다...


대한민국의 축구천재, 바로 박주영선수 때문이었습니다.

2부리그 팀으로 임대까지 갔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현재 컨디션에 물음표를 붙이는 사람들이 많았었는데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클래스는 살아있습디다.


박주영의 첫번째 골 장면. 저작권 문제되면 삭제하겠습니다.


실전 감각이 무뎌졌을거라는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반 내내 가벼운 움직임을 보여줬고, 이청용 선수에게 결정적인 어시스트(가 될뻔했던 패스)도 하는 등 퍼포먼스도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손흥민 선수의 기가 막힌 로빙패스에 이은 첫번째 득점. 물론 손흥민 선수의 패스가 너무나도 훌륭했지만 퍼스트 터치로 저렇게 마무리 할 수 있는 공격수, 현재 우리나라 대표에선 찾기 힘들 것 같습니다. (김신욱 선수가 있지만 박주영처럼 2선에서 침투해들어가는 움직임을 늘상 보여주는 유형은 아니니깐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박주영 선수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대표팀에 선발이 될 거라고 봤습니다. 대표팀의 주 포메이션인 4-2-3-1에서 최전방 1의 롤을 맡을 수 있는 최선(혹은 차선)의 선택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홍명보 감독님과 애틋한 관계이기도...) 어차피 선발할 거라면 어제 경기와 같이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야 소속팀에서도 조금이라도 더 출전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경기감각도 더 살아나고, 박주영 신이나고, 월드컵에서 골 넣고, 16강 가고, 아스날 복귀하고....


각설하고, 사실 어제 경기의 수훈은 2선을 책임진 손흥민-구자철-이청용 선수였습니다. 경기를 모두 보신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시리라 사려되옵니다. 물론 이청용 선수의 소녀슛팅과 구자철 선수의 다소 투박한 플레이와 손흥민 선수의 무리한 돌파 시도도 간혹 있었지만, 어제 이 선수들 아니었으면 못 이겼어요.


손흥민의 추가골. 일명 '골키퍼 맞고 뒈져라 슛'. 마찬가지로 저작권 문제되면 삭제하겠습니다.


중앙미드필더로 나선 기성용 선수와 한국영 선수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기성용 선수야 이제 말해봤자 입만 아프고, 기성용 선수 뒷쪽을 커버해준 한국영 선수의 활동량도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러면 대체 뭐가 문제였냐고요?


포털사이트 기사 다들 보셨잖아요.


4-2-3-1에서 보이지않는 반대편 1 자리를 지켰던 바로 이 분,


정성룡 선수 와이프 외모 ㅎㄷㄷ 하십니다


부인의 외모와 축구실력을 맞바꾼 정성룡 선수. 솔직히 어제 너무했어요. 남아공월드컵 예선때부터 줄곧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나왔던 것 같은데, 거의 5년에 가까운 경험치를 잡수신 것에 비해서는 현재 폼이 너무 많이 떨어져있는 듯 합니다(라고 완곡하게 표현하지만 솔직히 수준 미달...). K리그클래식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김승규 선수가 주전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는데요, 축구팬들의 이러한 염원이 본격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한게 아마 작년 수원 대 포항 경기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더블 클러치로 놓고 온다. 오른손은 거들 뿐. (역시 저작권 문제되면 삭제하겠습니다)


세 차례 골대의 쩌는 선방 행운이 없었다면 어떻게 흘러갔을지 모르는 경기의 향방이었습니다. 물론 무게감이 떨어지는 포백라인도 가다듬을 필요가 있지만 수비라인의 중심을 잡아줘야하는 골키퍼가 너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판단이 너무 섣불러서 쉽게 공을 포기한다든지, 클리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세컨볼 찬스를 내준다든지 하는 장면이 너무 잦았어요.


문제의 장면. 사나이가 무릎을 너무 쉽게 꿇는 것은 아닌지? (Fabio Borini 님 사랑합니다)


대표팀 주전 스트라이커와 골키퍼는 최소한 두 번의 월드컵 정도는 끌고갈 수 있는 클래스의 선수를 선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6번의 월드컵에서 두 개 대회 연속 주전 공격수 및 골키퍼 자리를 차지했던 선수는 2002년, 2006년의 안정환 선수와 이운재 선수가 유일합니다. '1'의 무게감이죠. 박주영 선수는 2010년에 이어 주전자리의 무게감을 지켜낼 역량을 보여줬습니다. 반면 정성룡 선수는 박주영 선수에게 붙었던 '물음표'를 붙여주고 싶네요. 혹시나 해서 말이지만, 애초에 '그 정도 클래스'가 아니었다면 빠르게 주전 골키퍼를 교체하는 것이 이번 브라질 월드컵 뿐만 아니라 향후 카타르 월드컵 까지 내다보는 결정이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뭐, 코칭스탭들께서 어련히 알아서 잘 하실 것이라 믿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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