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퍼펙트게임의 확률을 수학적으로 계산해보자

스포츠 2014. 5. 29. 11:04



한국시간으로 28일 오전에 있었던 LA다저스 대 신시네티레즈와의 경기에서 류현진 선수가 7회까지 퍼펙트를 기록하는 호투를 선보였습니다. 8회 안타를 맞는 바람에 퍼펙트게임을 달성하지는 못하였지만 앞으로 퍼펙트나 노히터에 도전할 기회가 많이 있으니 아쉬움은 일단 접어두는 걸로....



'홈 징크스' 털어버리는거야

랜디 존슨도 40살 다 돼서 했어....괜찮아... (사진출처:연합뉴스)



류현진의 아쉬운 퍼펙트게임 무산 소식과 맞물려,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는 대체 언제쯤 퍼펙트게임이 나올 수 있을 지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네요. 퍼펙트게임 달성이 어렵다는 것은 다들 막연히 알고 있지만, 대체 얼만큼 어려운 것인지에 대한 알려진 통계가 없는 것 같아 직접 확률을 계산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퍼펙트게임이라는 것은 한투수가 9이닝 27타자를 상대하며 한번의 출루도 허락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에러도 포함되면 안되기 때문에 투수의 실력 뿐만 아니라 야수들의 수비지원 또한 뒷받침되어줘야 해요.


투수가 한 타자를 상대할 때에, 타자가 1루를 밟을 수 있는 방법은 안타, 볼넷, 사구를 얻어내거나 수비가 에러를 저지르는 경우입니다. 타자 입장에서 확률을 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루를 밟을 확률) = OBP + (1 - OBP) * (1 - FA)

OBP (On-Base Percentage, 출루율) : (안타+볼넷+사구)/(타수+볼넷+사구+희생플라이)

FA (Fielding Average, 수비율) : (자살+보살)/(에러+자살+보살)



출루율에는 안타, 볼넷, 사구만 포함되며 에러로 인한 출루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수비 에러로 인한 출루확률은 에러가 발생할 확률과 안타, 볼넷 사구를 기록하지 못할 확률의 곱 , 즉 (1-OBP)*(1-FA)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비슷하게 투수의 입장에서 타자를 출루시키지 못할 확률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1루를 허용할 확률) = OOBP + (1 - OOBP) *  (1 - FA)

(1루를 밟지 못하게 할 확률) = 1 - (1루를 허용할 확률) = FA * (1 - OOBP)

OOBP (Opponent On-Base Percentage, 피출루율) : (피안타+피볼넷+피사구)/(상대한 타자 수)



이로부터 27명의 타자를 모두 출루시키지 않을 확률은 위의 식을 27제곱하여 구할 수 있습니다.


[ OOBP  * ( 1 - FA ) ]^27


2013년 KBO 전체 평균 기록을 위의 식에 대입해보면

[ 0.983 * (1 - 0.350) ]^27 = 0.0000055925 = 0.00055925%


리그 전체 평균을 냈을때 타자의 OBP와 투수의 OOBP는 같을 것이므로, 위의 식에 대입한 0.350이란 값은 2013시즌 평균 출루율을 사용하였습니다. 출루율, 수비율은 '2014프로야구기록집'에서 발췌했습니다.(피출루율은 기록집에 나와있지 않네요.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어차피 출루율과 같을 것이고 귀찮기도 하고 해서...)


여튼, 리그의 평균적인 투수가 퍼펙트게임을 기록할 확률은 0.00055925%, 약 178,811경기를 치루면 한 경기가 퍼펙트게임이 되는 확률입니다. 뭐,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되겠죠. 실제로 퍼펙트나 노히터에 가까운 투구를 펼칠 수 있는 투수는 리그에서도 A급 실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므로 조건을 조금 바꿔서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검색해보니, 어느 블로거분께서 이미 저와 비슷한 접근으로 확률을 계산한 포스팅(http://ashduck.egloos.com/1803353)이 있어서 그와 비슷한 조건을 사용해보고자 합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리그 정상급 투수의 기준을 WHIP(Walks Plus Hits Divided by Innings Pitched, 이닝 당 주자 허용율) 1.00으로 설정하셨네요. 즉, 평균적으로 한 이닝에 한 명의 주자만을 허용하는 투수라는 뜻이죠. 4명 당 1명만 출루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OOBP를 0.250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 WHIP에는 사구를 포함시키지 않고 희생번트로 아웃시킨 타자는 합산하는 등 피출루율의 개념과는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만 그런거 다 따지면 복잡해요. 걍 엄청 잘하는 투수라고 치고 피출루율을 0.222 정도로 해봅시다. 수비율은 팀의 에이스가 선발투수로 나와 야수들이 잔뜩 긴장하고 플레이를 한다고 가정하여 0.999로 해보죠. 어차피 가정이니깐 숫자에 의미를 두진 마시구요... 이 경우 퍼펙트게임의 확률은


[ 0.999 * (1 - 0.222) ]^27 = 0.001108453 = 0.1108453%


뭐....902경기 정도 하면 퍼펙트게임 한 경기를 만들어내는 정도의 확률이네요...리그 평균투수보다는 높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확률입니다. 선발투수가 1시즌 동안 선발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면 많게는 30경기 정도 등판하니깐 30시즌 정도 선발투수로 뛰면 한 번 정도는 할 수도 있겠네요. 물론 30년동안 피출루율 0.222를 유지한다는 가정하에요. 참고로 KBO 역대 최다 출전 투수는 프로 21년차인 LG트윈스의 류택현 투수입니다. 현재까지 901경기를 출장하셨는데, 커리어의 대부분을 구원투수로 보낸 것을 생각한다면 선발투수가 902경기를 출전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퍼펙트게임에 근접했던 것이 1997년 정민철 선수입니다. 7.1이닝 퍼펙트였지만 23번째 타자인 심정수 선수를 스트라이크 낫아웃(포수 실책)으로 출루시켜 결국 퍼펙트게임이 무산된 바 있죠. 그 후로 경기를 잘 마무리지어 노히터를 완성하긴 했지만... 스트라이크 낫아웃 따위(?)로 대기록이 깨질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포수 ㄱㄱㄲ 퍼펙트게임이라는 것은 투수의 실력 + 야수의 수비 + 범우주적인 기운이 어우러져야만 가능한 것인가 봅니다.



결론은, 헨진이가 퍼펙트 놓친건 다 너 때문이야...이 농약같은 가스나 (사진출처:스포츠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