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vel]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감상 후기 (스포일러 포함)
덕질/히어로물 2016. 4. 28. 13:25어벤저스2.5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를 보고 왔습니다.
어벤저스 캐스팅보다 더 화려합니다. 전작의 토르와 헐크가 빠진 대신 앤트맨, 스파이더맨, 블랙팬서, 윈터솔져가 추가됐고,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악역으로 등장했던 로스 장군까지도 돌아왔습니다. (미국 억양 쓰는 귀여운 마틴 프리먼은 덤) 고로 이 영화는 어벤저스 2.5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아이언맨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 영화가 아이언맨3.5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 적도 있었구요.
하지만 다 보고나니 이게 '시빌 워'라는 이름을 걸고 나올 '전쟁'의 개념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디다. 원작의 '초인등록법안'이 이 영화의 소코비아 협의안인데, 원작은 그 법안을 둘러싼 갈등이 주가 되지만, 이번 영화의 갈등은 사실 '어벤저스가 저지른 일로 인한 소코비아 협의안의 동의 여부'가 아니라, '캡틴과 그의 친구 버키를 옹호하느냐 옹호하지 않느냐'로 갈리는 듯한 느낌입니다. 대의보다는 사적인 이유로 싸우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되실 겁니다. 스포일러를 담고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뒤로 돌아가주세요.
영화를 보면서 저는 4가지 정도의 큰 줄기가 있다고 봤습니다.
1. 초인등록법안 '소코비아 협의안'의 동의 여부를 놓고 분열
- 사실 이게 메인이어야 하는데, 메인이 아니게 된 이유는 진정한 흑막이 뒤에 숨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원작에서는 정치 이야기였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오히려 추리 수사물같은 형태로 흘러가더군요. 이 시도는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괜찮은 트위스트였죠.
반면, '시빌 워'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모호해졌습니다. 이 법안 때문에 죽자살자 싸우는 일은 생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로 때려놓고 '미안해'를 연발하는 전쟁이 펼쳐집니다. 다들 소녀감성인지 서로 상처주지 않으려고 안간힘들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오히려 이 부분이 이 영화의 평가를 깎아먹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워머신의 강경한 자세가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작품에서의 그는 단순히 친우인 토니 스타크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믿는 신념을 아주 강하게 믿고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원작만화의 강경한 느낌을 이 사람을 통해 담으려고 한 것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 강한 신념 때문에 감당해야할 몫이 생기게되지만, 그래도 그는 자신은 옳은 길을 택한 것 뿐이라고 말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신무기인 곤봉처럼 이래저래 시크한 캐릭터였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병풍이 될 수도 있었는데, 연출 안배를 잘 해줘서 캐릭터를 여차저차 잘 살려줬습니다.
2. 윈터솔져 버키를 합법적인 굴레에서 처벌할 것인지, 아니면 즉결 처형할 것인지
이번 이야기의 중심에 이 남자가 있습니다.
UN 회의장을 박살낸 범인으로 버키가 지목이 되고, 지난 수십년간의 고위인사 살해행적과 폭력성을 이유로 보는 즉시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지죠. 하지만 오랜친구를 죽게 놔둘 수 없는 캡틴이 중간에 막아섭니다. 범죄자가 되어서라도 친구를 구하겠다고 다짐한 것이죠.
블랙팬서는 아버지의 원수인 그를 본인이 직접 죽이고자 마음먹고, 아이언맨은 그를 구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블랙팬서가 방해받지 않고 버키와 싸웠더라면 아마 버키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버키가 아무리 강화인간이라고 해도 (무적에 가까운 비브라늄 갑옷을 입은) 와칸다 왕국 최강의 전사를 상대로 이길 확률은 높지 않기 때문이죠. 실제로 스티브가 개입하면서 일단락되기도 하고요 (위의 사진)
이 영화에서의 버키는 세뇌상태로 자신이 죽였던 모든 사람들을 다 기억하고 있었고, 다시는 그렇게 살지 않기 위한 처절한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종일관 매고 다니는 백팩 안에는 자신의 기억을 담은 수첩 (메멘토처럼)이 들어있었다고 하네요. 본인의 업 - Karma - 때문에 댓가를 치뤄야하는 상황들이 무수히 다가오고 괴로워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옆에서 스티브만이 그를 도와주죠. 다시 한 번 생각하건대 스티브 없이 버키가 이 영화에서 과연 무사할 수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3. 아이언맨에게 주어진 36시간
썬더볼트 로스 장군이 아이언맨에게 36시간을 주면서 캡틴과 버키를 잡아오라고 명령합니다. 이제부터 문자적 의미의 '시빌 워'가 시작됩니다. 장소는 미국이 아니라 독일 베를린의 공항이죠. 서로 싸우면서도 화려하게만 싸울 뿐 상대를 다치지 않게 하려고 배려하는 모습들입니다. 죽자살자 싸우지는 않는다는 말이죠. 그럼에도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구성하는 시퀀스 답게 엄청난 볼거리들로 가득했습니다. 눈이 너무 즐거워서 싱글벙글하면서 보는 관객들이 한둘이 아니더군요.
이 쯤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36시간 안에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토니가 리크루팅해온 코믹스의 영원한 아이돌 스파이더맨이죠.
Hi Everyone!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싸움의 동기는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서로 상처주지 않으려다보니 정치적으로 강한 선택을 하는 캐릭터가 워머신 말고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동기가 밋밋하다보니 극의 흐름도 살짝 늘어질 수 있지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오려고 하는 타이밍에 우리의 귀염둥이가 등장합니다. 이것을 기점으로 개연성이고 뭐고 상관없이 다같이 웃고 즐기는 축제가 펼쳐지죠. 솔직히 기대를 초월하는 출연 지분을 갖고 나타났습니다. 완력으로 캡틴의 두 사이드킥을 한꺼번에 관광보내는 장면에서는 전율마저 느껴지더군요. 심지어는 캡틴과도 대등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 때 대사들이 압권인데
"스티브: 토니가 또 뭐라고 하던가?"
"피터: 당신(스티브) 말이 옳게 들릴거라고 했어요. 하지만 틀리다고 했죠. 그래서 위험하대요"
이 대사들은 시빌워 만화원작에 나왔던 대사들을 거의 그대로 차용한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스파이디는 결국에는 캡틴과 뜻을 함께하기 때문이죠.
하여간에 소유권은 유지하되 촬영은 모두 마블에 맡긴 소니의 결정은 대성공으로 막을 내린 듯 합니다. 내년에 개봉할 스파이더맨 솔로 무비도 기대가 큽니다. 약은 약사에게 마블만화는 마블스튜디오에
4. 캡틴 아메리카 vs 아이언맨
영화 보신 분들이 다 아시다시피 이 영화 최대 피해자는 아이언맨인 토니 스탱크스타크입니다.
시빌워 만화 원작을 보고나면 아이언맨은 그야말로 천하의 개쌍놈이라 봐도 무방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나면 생각이 달라질 관객분들이 상당히 많으실 것 같네요. 위의 상황은 자신의 아버지인 하워드가 가장 그리워하던 친구(스티브)가 자기를 죽인 인간(버키)과 함께 자기가 만들어준 방패로 자기 아들(토니)을 두들겨패는 욕이 저절로 나오는 상황이란 말이죠. 하워드가 너무 열받아서 지하에서 관뚜껑 열고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부분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엄청난 연기가 빛을 발하는 극적인 시퀀스였다는 정도만 짚고 넘어갈게요. 드라마 '에이전트 카터'를 보신 분들, 하워드 스타크를 좋아하는 저같은 팬들은 단체로 아이언맨 지지파로 갈아탈 것 같습니다.
영화 다 보고나면 어느쪽을 지지해야할지 혼란스러워집니다..
시빌워의 개봉에 맞춰 넷마블社의 '마블 퓨쳐파이트'도 재빨리 업데이트가 된 상황인데요. 마블 코믹스 역사상 가장 극적인 이슈였기 때문에 재빠르게 마케팅을 하는 것 같습니다. 코믹스만 놓고보면 당연히 반대파를 지지해야겠지만, 영화를 본 이후엔 확실히 모르겠어요. '팀 캡 vs 팀 아이언맨' 구도의 밸런스를 완벽히 맞춰준 작가와 감독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어질 뿐입니다. 여러 캐릭터를 다루면서도 주인공인 캡틴 아메리카로부터 신경이 분산되지 않도록 집중력을 유지하는 연출도 훌륭했구요.
모든 싸움이 끝나고 어벤저스를 한동안 떠나있었던 토니는 어벤저스 시설에 돌아옵니다. 전작인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싸움 다 마치고 집에가서 쉬려는게 삶의 이유 아니냐'고 말했던 그가, 이제는 어벤저로서의 자각을 마치고 자리를 잡은 듯 보입니다. 소코비아 협의안에 묶여 있기 때문에 전투활동에는 제약이 있겠지만, 그는 앞으로도 어벤저로서 살아갈 듯 하군요.
아무래도 코믹스 원작이다보니, 코믹스의 주요 대사들이 그대로 오마주되어있는 부분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는데요. 캡틴의 연인이었던 페기의 손녀딸인 샤론이 페기가 해주었던 말을 그대로 읊어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말은 원작 만화에서 스티브가 피터에게 해줬던 얘기였죠. (본인의 신념에 따라 우직하게 싸워나가라 하는 그 유명한 마크 트웨인의 책에 담긴 구절) 아마도 이 세계관에서는 스티브가 페기에게 해준 말인 모양입니다.
따라서 '스티브->페기->샤론->(다시)스티브' 이런 인과율이 적용되는겁니다. 의미심장하죠. 어떻게보면 전 여친의 손녀딸이랑 연애하는 개막장드라마이긴 한데
이상 후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이 영화에는 총 2개의 쿠키영상이 담겨있습니다.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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