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Dialogue in the dark (어둠 속의 대화) - 4감 체험

기타 문화예술전반 2014. 2. 28. 13:02


어둠 속의 대화 -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는 전시회


2009년 독일에서 시작되어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어둠 체험 Dialogue in the dark에 다녀왔습니다.


여러분은 하루에 앞이 완전히 보이지 않는 채로 얼마나 생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Dialogue in the dark는 인간이 가진 다섯 개의 감각 (5감 :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중 인간이 가장 많이 의존하는 감각인 시각을 완전히 배제한 채로 지내보는 1시간 30분 간의 4감 체험입니다. 간단하게 시각장애인 체험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1시간 30분동안 자신의 손가락 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지내고 보니, 시각에 의해 지배당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1. 미각&후각 : 눈을 가린채로 콜라와 사이다를 먹은 후에 그 맛을 구분하지 못하는 실험체들이 전체 실험군의 80%를 차지했었다는 놀라운 결과만 봐도 이것이 증명되지요. 체험 막바지에 이르러 한캔의 음료수를 받아들고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게 망고인지 포도인지 써니텐인지 데미소다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계속 당황해하다가..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라는 것을 알고 저의 시각과 미각과 후각에 심히 분노를 느꼈습니다. 이준기 개객기야!!!




2. 촉각: 음식이 들어있는 듯한 봉지를 만져보면서 이게 무엇인지를 맞춰야하는 체험을 했는데, 마트에서 눈으로 봤으면 0.1초만에 스캔하고 지나갔을 라면봉지들도 시각을 배제하고 손으로만 판단하려니 감이 오질 않더군요. 암튼 답을 맞추긴 했는데, 당면이었습니다. 눈가리고 당면 만져보면 이게 당면인지 말린 미역인지 구분 안가더라구요. 만져서 확인했던건 자동차, 신호등, 풀잎 등이었는데... 왜 예전에 예능프로에 보면 눈가리고 어항 안에 있는 문어 만져보기 등의 가학성 이벤트들 있잖아요. 그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도 어느정도 짐작이 갈 만했습니다. 보이지 않는다는 건 사실, 호기심 반 공포 반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거든요. (블라인드 레스토랑에서 소개팅하는 커플들의 마음이랄까..)




3. 청각: 시각이 없으니 상대적으로 가장 많이 의존한 부분이었습니다. 일본 만화에 흔히 나오는 맹인검객이라는 테마가 불현듯 생각이 났습니다. 컨셉에 의하면 바람의 흐름과 풀잎소리의 미묘한 변동을 통해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싸운다나 뭐라나 하는 그런 Bullshit들이 생각나더군요. 새소리, 풀잎 소리 등의 아름다운 감각들만을 전해주어서 심리적으로 상당히 편안했습니다. 남녀가 사랑을 나눌 때 가장 큰 자극을 주는 요소 중 하나가 '귓속말'이라고 하는데, 어둠 속에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때의 자신의 귓가에 들려오는 무언가의 위력은 그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습니다. (응?)



 



시각 외에 다른 4개의 감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던 아주 의미있는 1시간 30분이었습니다. 마블코믹스의 히어로인 Daredevil a.k.a 벤에플렉이 시각을 잃은 대신 다른 네 개의 감각들이 인간을 초월한 수준으로 발달했다는 설정이어서 황당함을 느꼈었는데, 이게 거짓말이 아니라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은 거의 당연히 나머지 4개의 감각이 발달할 수 밖에 없다고 하네요. 생존을 위해 적응하는거죠. 영화에서 데어데블이 발달된 청력으로 잠수함의 Sonar처럼 주변 장애물에 소리를 튕겨내어 어느정도의 시각을 확보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것은 "반향정위"라는 이름의 기술로써 훈련도 가능하다고 하니 영화가 아주 허황된 설정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Dialogue in the dark 전시회는 올해(2014년) 4월을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철수한다고 하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한번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장소는 신촌역 3번출구에서 도보로 5분거리에 있는 Vertigo 빌딩 9층. Ticket 가격은 성인 기준 3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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