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근혜의 탐욕이 부른 레임덕의 서막

우리 사는 이야기 2015. 7. 8. 12:26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핵심이 됐던 말은 '배신의 정치'였다. 모르는 사람이 듣고 있으면 '응?'할만한 내용인데,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을 들고 갔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진노를 사서 물러나게 생겼다는 얘기다. 어지럽게 꼬인 이 사태의 본질은, 결국 '비박'과 '친박'간의 공천권 다툼 밥그릇 싸움 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은 0점 (표현하기 좋게 그 아래가 있다면 좋겠다)에 가깝지만, 이 사람의 정치 감각은 대단하다. 성완종 게이트 때문에 위기에 빠진 선거정국에서 '성완종이라는 인물이 사면된 것은 노무현 정부의 탓'이라는, 개소리로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전략을 썼는데, 결국 이 한 방에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4군데 모두에서 완패를 당했다. 이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선거의 여왕'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정치적 천재성을 분명히 갖고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국정수행과는 별개로) 정치를 잘하려면 항상 세력을 유지해야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삶의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그 이름조차 황당한 '친박연대'라는 존재의 탄생은 박근혜의 정치력에 의해 생겨난 대한민국 정치의 사생아였다.



'배신의 정치'라는 말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말이다. 박근혜 본인이 쫄리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박근혜는 지금 당 혹은 정 내에 '친박'이 아주 절실히 필요하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비박세력이다. 김무성 대표도 마찬가지. 여당의 투톱이 비박 세력이다. 그나마 중심을 잡기 위해 국무총리 자리에 앉혔던 자기 사람 (이완구)은 성완종 리스트 한 방에 무너져 버렸다. 그렇기에 저런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면서까지, 무리수를 써가면서까지 원내대표인 유승민 대표를 쫓아내려고 혈안이 된 것이다. 대통령이 정당의 대표를 쫓아내는 건 군사정부 시절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던가? 박근혜가 이게 무리수라는 것을 정말 모를까? 하지만 그래도 이걸 밀어부치는 이유는, 이 한 방이 먹혀야만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으니까. 그네는 권력중독자다. 조기 레임덕을 감내하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지도 모를 일이다. 임기가 정확히 절반에 이르는 지금 이 시점에서 공직자 기강을 바로잡으려고 하는 것도 레임덕을 경계하고 있다는 뜻이다.




유승민 원내대표와 박근혜 대통령






그러면, 유승민 대표를 쫓아내고 그녀가 얻는게 무엇인가? 아마도 다음 원내대표는 친박으로 앉히려고 할거다. 그렇게 무난하게 공천권을 얻어서 자기 입맛에 맞는 인물들에게만 공천권을 주고 선거에 승리해서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다. 몇 대에 걸쳐 자기 사람을 의회에 심어 권력을 누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려나 싶다. 친박이라는 단어가 부담스럽다고 수줍게 웃으며 인터뷰했던 그네지만, 사실 죽을 때까지 권력을 원할 인물이다. 




왕은 아니고 여왕이라고 생각하고 사시는 모양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선출한 대표이다. 의원들이 추대해준 명예로운 자리에서 대통령이 갈군다고 나가서는 안된다. 나가더라도,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품위있게 퇴장해야한다. 실제로 유승민대표도 그런 행동을 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에 걸맞는 현명한 선택이다. 지금 의원총회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유대표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견되지만, 그렇게 나가더라도 여러 사람의 의견이 모여서 나가는 것과, 대통령한테 쫄아서 나가는 것은 정치의 결이 다른 결론이기에 긍정적이라고 본다. 




이번 정국으로 인해 득을 보는 쪽은 어디일까? 우선 야당은 아니다. 여당끼리 내분 일어났으니 자기들이 다음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착각에 빠져있을 집단이고, 실제로 또 한 번 쓴 맛을 볼 것이다. (물론 박지원 천정배 같은 인물들이 친노세력 배제하고 순혈 호남 정당을 창당해서 맞선다면 얘기는 또 달라질지 모를 일이지만) 그럼 대통령? 대통령은 여당의 원내대표를 내쫓으려고 혈안이 된 소인배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본인이 이미 레임덕의 경로에 들어섰음을 증명했을 뿐이다. 결국 민주주의적으로 대의명분과 다수결에 원칙에 위배되지 않게 맞서싸운, 김무성과 유승민을 위시한 비박세력이 이번 정국의 승자 아닌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