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 배트맨 vs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감상후기

덕질/히어로물 2016. 3. 24. 10:43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저스 공습에 대항하고자 DC에서 3년간 이를 갈고 만든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이 드디어 성사되었습니다. 사실 평가들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이 캐릭터들의 오랜 팬인 저조차도 팬심으로 커버할 수 없는 부족함이 영화에서 보이는 것이 너무 아쉬울 따름입니다. 여기저기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리뷰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제 나름의 소감을 몇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스포일러를 담고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뒤로 돌아가주세요.










단점: 조악한 편집과 2%정도 부족한 캐릭터간 이해관계의 개연성




이 영화는 많은 부분에서 '모두 잡으려다 잡아야할 중요한 것들까지 놓쳤다'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택과 집중'의 미덕을 매번 선사하며 관객들에게 기쁨을 선사한 마블과는 너무 차이나는 대목이죠. 애초에 마블은 기획단계에서 굉장히 길게보고 느긋하게 타임라인과 스토리를 구성해 놨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어느 부분에 집중해야하는지를 명확하게 구분지어주는거죠. '이 스토리는 다음 작품에서 얘기하면 되니까 이번에는 요정도 선에서 마무리하는걸로 하자'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무리수가 너무 많이 보입니다. 슈퍼맨의 기원만 설명하면 그만이었던 전작 '맨 오브 스틸'과는 달리, 이번에는 소개해야 하는 캐릭터도 늘어났고, 왜 이들이 싸우는지도 설명해야했습니다. 마블 같았으면 영화 4-5편으로 쪼개서 길게보고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얻어가는 어프로치를 택했겠죠. 어벤저스를 만들기 전에 캐릭터별 솔로무비들을 출격시켰고, 시빌워를 만들기 위해서 몇 수십개의 떡밥을 날려왔는지 셀 수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성질 급한 워너브라더스의 윗분들께서는 렉스루터, 배트맨, 원더우먼, 심지어 둠스데이까지 한 방에, 한 영화에서 모두 소개시키는 방향을 감독에게 제시한 것입니다. 그린랜턴에서 배운게 없는 모양입니다.





그런 어프로치가 렉스루터와 같은 캐릭터가 파생되는 참극을 빚었습니다. 아마 이 영화를 통해 가장 크게 피해를 보는 캐릭터(배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미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렉스가 사악한 인물이라고 다 인지를 한채로 극장에 왔다고 착각을 한 모양입니다.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렉스는 왜 그런 사악한 행동들을 저지르는지, 왜 사람들을 죽이는지, 도대체 왜 둠스데이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불충분합니다. 원작처럼 슈퍼맨에 대한 열등감이 동기라면 그 동기를 좀더 묵직하게, 그리고 되도록 짧고 강하게 설명했어야 합니다. 제시 아이젠버그라는 배우를 통해 기대한 캐릭터는 '소셜 네트워크'와 '나우유씨미'에서 보여줬던 지적이고 동기부여 확실한 인물이지 이런 가볍기 짝이없는 또라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배우에게도 이번 역할은 마이너스라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절제의 미덕같은 것이 없습니다. 캐릭터별 비중 분배, 흔히 말해 연출에 큰 문제가 있습니다. 영화 초반 1시간 동안은 브루스웨인-클락켄트-렉스루터 이 세 캐릭터의 푸티지를 번갈아서 보여주는데, 이 부분이 굉장히 피곤합니다. 뭘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바로 전 장면하고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기억이 흐릿합니다. 영화 만드는 사람의 기본은 '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관객에게 영상으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싶어하는지 너네가 알아맞춰봐'가 아니란 말이죠. 예술영화 전문상영관인 CGV 무비 꼴라쥬에서도 저런 고약한 영화는 틀지 않습니다. 렉스 루터의 비중을 줄인다던가 하는 식으로 캐릭터별 비중을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에디팅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한 명이 살려면 다른 한 명은 어느정도 숨을 죽여주는 것'이 캐릭터가 강조되는 영화들의 기본입니다. 전부다 날뛰게되면 -삼계탕 안에 닭, 돼지, 소 다 넣어보세요 어떻게되나- 결국 최종목적지는 휴지통이 될 뿐이죠.







DC세계관에서 가장 강한 빌런 중 하나인 둠스데이는, 트리니티(배트맨-슈퍼맨-원더우먼)의 협력을 위해 필요한 도구였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왜 렉스가 이 녀석을 창조하는지에 대한 개연성을 찾기는 쉽지가 않네요. 예전에 DC에서도 흔히 보였던 증상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사악한 존재를 창조하는 이가 계속해서 존재합니다. 합리성같은 것을 좀 고려하고 캐릭터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점: 원더우먼, 그리고 호쾌한 액션





이 영화 최대 수혜자는 원더우먼이 될 것 같습니다. (흡사 '도둑들'에서의 전지현과 같은 씬스틸러였습니다.) 원더우먼의 첫 등장 장면은 아마 영화 상영 중에 가장 많은 환호를 받은 장면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그녀의 존재감은 강렬합니다. 스토리 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영화임에도, 원더우먼은 이 영화의 어디에서나 무난히 섞이고, 싸움의 동기도 충분하며, 그 매력도 차고 넘칩니다. 배우의 연기 뿐만 아니라 연출면에서도 굉장히 훌륭하게 만들어낸 캐릭터였던 것이죠. 그렇기에 이 아쉬운 영화 속에서 홀연히 빛나는 것입니다. 








배트맨 역시도 수혜자입니다. 








그의 현란한 액션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요. 팬들이 원하던 배트맨이 구현됐습니다. 아캄 게임시리즈에서 보여준 현란한 액션이 스크린으로 넘어온 것이죠. 크리스천 베일의 배트맨이 보여주지 못했던 액션을 이 영화에서는 원없이 보여줍니다. 예고편에서 보여준 액션이 전부일꺼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예상치 못하게 한 방 먹었다는 느낌입니다. 



워너브라더스 고위층에서 배트맨 관련 장면을 더 추가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할 정도로 그의 비중은 절대적입니다. 실제로 벤 에플렉은 노년에 다가가는 브루스 웨인을 완벽하게 연기해냈습니다. 고뇌하는 배트맨이 아니라, 분노와 냉소로 가득한 폭력적인 배트맨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불살의 신념도 살짝 저버린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액션에 관한한 당분간 히어로물에서 이 영화를 능가할 작품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스토리 포기하고 액션에 올인해서 만든영화 아닌가 싶을 정도니까요. 부족한 스토리는 액션으로 모두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썩은토마토 지수 40%는 너무 박하다고 봐요.









'배트맨 vs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은 단점이 많이 보이지만, 영상미나 액션의 박력은 조금도 모자람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부족한 개연성들은 향후 개봉하게될 저스티스 리그 캐릭터들의 단독영화들에서 상당수 회복되지 않을까 기대해보게 되네요. 올해 말에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새로운 조커가 소개된다고 하니, 조금씩 맞춰져갈 DC 유니버스의 퍼즐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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