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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을 보고 (스포有)

덕질/영화 2014. 7. 14. 12:33



혹성탈출을 보고 왔습니다. 



Caesar the Great




전작인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으로부터 10년 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전작에 참여했던 거의 모든 인물을 모두 다 물갈이 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감독도, 배우도, 각본가도 모두 바뀌었지요. 특히 배우가 모두 바뀐 부분 때문에 연속성에 이슈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었지만 '면역체계가 갖춰진 사람들만 살아남았다'는 설명을 통해 매끄럽게 넘어간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상깊었던 부분들을 차례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1. 정치


전작이 외부(인간들)의 위협으로부터 유인원들이 서로 뭉치게되는 과정을 그렸다면, 본작은 유인원 내부의 갈등때문에 서로가 흩어지고, 그를 통해 인간과의 공생을 추구하는 주인공 시저의 고뇌가 메인요리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인간과 유인원이 공생할 수 없기에 인간을 모두 죽여야한다는 강경파(코바)와 인간과 싸워봐야 유인원 사회에 피해만 생길테니 신중하자는 부류(시저)가 존재하는데, 이 부분에서 짚고 넘어갈 점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1. 유인원이 정치를 하고 있다. 정치는 고등동물이건 하등동물이건, 집단이 존재하는 한 당연히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점.


1-1. 생존을 위해서 모두와 공존해야한다는 입장 (마틴루터킹) VS 생존을 위해서 상대방과 공생할 수 없다는 입장 (말콤X)



2.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감탄하는 이유는 영화자체가 훌륭해서도 있지만 '아니 원숭이주제에 뭐저리 똑똑해?'라고 관람하는 내내 지속적으로 자문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 사실 이미 보고있는 그대들보다 몇 배는 더 똑똑한데도.


2-1. 시저는 부하가 인간들에게 총에 맞았으나 관용을 베풀어서 인간들을 그냥 내려보냈고 (실은 전쟁이 득보다 실이 많을 거라는 계산 때문에)


2-2. 부하들에게 윽박지르기 보다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을 우선시 함. 그럼에도 끝까지 말을 듣지 않고 권위에 도전해오면 그 때는 힘으로 찍어누름... 그것도 존나 멋있게. (권력을 어떻게 쓰는 것인지 이해 못하는 대한민국 정치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죠..)


2-3. 빌런인 코바가 구사한 책략들만 해도..

2-3-1. 인간들에게 총 맞아 죽을 위기에 닥치자 병신흉내 내고 그 자리를 벗어남 (기만책 + 36계 줄행랑)

2-3-2. 같은 인간들을 다음에 만났을 때는 병신흉내 내고 페이크다 이 병신들아 총을 뺏어서 모조리 도륙 (기만책)

2-3-3. 시저에게 총을 쏘고 책임을 인간들에게 돌린 후 시저의 아들을 설득하여 수하로 만듬 (기만책 + 회유책)

2-3-4. 여전히 시저를 지지하는 유인원들은 한 데 몰아서 구금 등..



이 영화는 저렇게도 똑똑한 유인원들의 암투와 전쟁 이야기인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한 메타포이기도 한 것입니다. 







1-1번 항목은 이미 이렇게 좋은 레퍼런스가 있었지요













2. 가족


이렇듯 온갖 정치적 암투와 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가장 중요했던 테마는 '가족'이었습니다. 








새로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끌어안고 있는 시저




전작에서 10년이 지난 시점인지라 시저도 나이를 먹어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포스터에 아이를 안고있는 모습만 봐도 이 영화에서 '가족'이라는 테마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가 있죠. 그는 두자녀의 아버지이자 유인원 사회의 아버지이기도 한 것입니다. 부족을 가족이라고 여기는 시저 - So, Apes shall not kill Apes - 와, 통치에 필요하다면 반대 세력은 서슴없이 죽여버릴 수 있는 코바의 차이를 보여주면서, 가족을 우선시 하는 시저의 모습을 강조합니다. 자기가 죽게 생겼는데 아들에게 "네 엄마랑 동생은 무사하냐"라고 묻는 모습. 그리고, 인간 주인공인 말콤이 아내와 자식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좋은 사람임을 파악하는 점도, 시저의 삶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따라서, 코바가 '유인원끼리는 죽이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목숨을 구걸할 때 내리는 시저의 선택은, 유인원들이 시저에겐 단순 유인원 이전에 '가족'이기에, 가족을 헤친 이는 살려둘 수 없기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인 것입니다.











3. 시저



캐릭터의 각성이 두드러집니다. 



전편에서는 '순진하고 똑똑한 애교많은 침팬지에서 집단의 카리스마적인 우두머리로 차갑게 변모해가는 과정' 을 그렸다면, 


본편에서는 '냉철한 우두머리가 한 번의 추락을 겪으며 자신의 집단을 재정비하고, 더 넓은 세상에서 다른 부류들과 어떻게 공생해가며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겪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드라마를 창조해내는 두 개의 장치가 있습니다. 바로 제임스 프랑코와, 이전 살던 집의 창문이 그것입니다.



본편의 인간 주인공인 말콤도 물론 '좋은 인간'으로 시저와 우정을 나누기는 하지만, 시저를 키워준 제임스 프랑코의 비중에는 비견할 바가 못되죠. 그가 잠깐이나마 모습을 비추면서 시저라는 캐릭터의 내면이 관객들의 내면과 동화되는 드라마가 생겨나게 됩니다. 



Caesar is home






또 하나는 창문입니다.






바로 그 창문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했던 시저가 유일하게 세상을 볼 수 있던 통로였죠. 그 창문입니다. 이 창문이 나오는 부분에서 꽤 많은 관람객 분들께서 짙은 탄식을 내뱉으시더군요. 이미 관객 모두가 (1편 봤다는 전제하에) 시저의 마음과 같아져 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찡해졌더랬어요.




제임스 프랑코와 창문. 두 가지 장치의 등장을 통해 관객들이 느낀 감정의 곡선은 '초반: (단순) 오 시저 간지 오오'에서 후반: (복합적) 흑흑 우리 시저 흑흑..'이 되면서 관객들이 시저라는 한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되는 기묘한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최종결전에 임하는 시저는 이미 관객이라는 이름의 백만대군을 등에 엎고 싸우게 되는 셈이지요.






추가적으로, 영화에서 보여지는 시저의 완전무결한 모습 - 아랫사람을 아끼고, 가족을 중시하고, 신중히 생각하여 행동하는 - 을 보면서 머리에 계속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었으니








"...and then they'll fear you"





말론 브란도님이 연기하신 영화 '대부'에서의 돈 비토 콜레오네입니다. 














존경심에서 우러나는 복종. 시저는 분명히 돈 콜레오네를 닮아있었습니다. 이 시대에 완벽한 리더가 없기에 가장 이상향에 근접한 레퍼런스로 삼아서 재해석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맞다면 정말 훌륭했고,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름다웠습니다. 또 보고 싶네요.




여담)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은 공신력있는 영화 평가 전문 웹사이트 Rottentomatoes.com 에서 신선도 91% (7월 14일 기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순 인기투표가 아니라 꽤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들이 추천해주는 곳이기도 하지요. Dark Knight Rises가 88%를 찍었다는걸 감안해보면 그 수준에 대한 짐작이 가실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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