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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 니로

덕질/영화 2015. 10. 1. 12:12



로맨틱 코메디 전문가,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사랑스러운 신작 '인턴'을 보고 왔습니다.






총평을 하자면, 여성들의 심리를 현실적으로 잘 풀어낸 판타지였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 옆에서 이것저것 알려주고 감싸줄 수 있는 어른 남자가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감독은 그런 여성들의 심리를 사랑스럽게 풀어나갑니다. 



여성 작가들이 쓴 작품들을 보면 종종 판타지가 과해서 '트와일라잇' 혹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같은 超여성편향적 작품이 나오곤 하죠. 오죽하면 예전에 트와일라잇의 남자 주연인 로버트 패틴슨이 






...이런 인터뷰까지 했을까요.




사실 이 '인턴'이라는 작품도 '여자들의 판타지'라는 맥락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막장드라마를 즐겨보는 성인 여성들의 심리는 공감과 위로를 얻는 것에 기인하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심각한 막장 작품들과는 그 결을 달리 하는데요. 무엇보다도 그 판타지를 현실적으로 따뜻하게 풀어낸 헐리우드의 전설적인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 덕분일 겁니다.





70세 인턴 '벤 휘태커' 역의 로버트 드 니로







이 노장의 연기는 실로 따뜻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동시대 연기의 神들인 잭 니콜슨, 알 파치노,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같이 메소드 연기에 환장한 듯한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떨치시더니, 나이가 들어갈수록 다작을 하시면서 젊은 배우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들로 헐리우드에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연기의 신답게, 젊은 시절에는 연기 스펙트럼이 하도 넓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무시무시한 카리스마를 뿜었었죠. 예시로 몇 개만 들어봐도








금주법 시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갱단 보스 '알 카포네' (영화 '언터쳐블)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 마피아 보스 '비토 콜레오네' ('대부2': 말론 브란도의 젊은 시절을 연기) 





뒷골목 양아치 싸이코패스 (영화 '택시드라이버')




택시 드라이버의 명장면 중 하나 "지금 나한테 씨부리는거?" (참고로 모두 애드립)











메소드 연기를 극한으로 발전시켜 '드니로 어프로치'라는 단어까지 만들어낸 장본인이죠. 지금 시대의 에드워드 노튼이나 크리스천 베일이 몸무게를 고무줄처럼 바꾸고 실제 캐릭터와 동일한 삶을 살아보면서 연기에 접목시키는 방식의 원조가 바로 이 분이라는 겁니다.






그러던 드 니로님 세월이 흘러








이렇게 깜찍하게 나이 드셨습니다








'인턴'에서 벤 휘테커의 모습은 가히 이 시대에 존재가 가능한가 싶은 수준의 완벽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이 그가 직접 동영상으로 녹화하는 잡 인터뷰인데요. 도저히 퇴짜를 놓을 수 없는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서 제출했더군요. 제가 인사부서에 있어도 이런 사람이 원서 쓰면 정말 눈물나겠더라구요. "저는 40년간 회사에서 일해서 충성도 높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죠" 영화 시작부터 이미 너무나 든든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남자로써 이렇게 나이들면 참 좋겠다 싶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준 느낌의 영화였습니다. 애티튜드 면에서 그렇죠. 젊은 감각의 스타트업 회사이기 때문에 굳이 복장 규정이 없는데도, 본인의 원칙을 따라 매일 정장을 말끔히 갖춰입고 ,손수건도 꼭 챙깁니다. (이 손수건이라는 장치는 영화 끝날 때쯤 여성관객들이 참 많이 뭉클해했던 부분이 되기도 하구요)



그리고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와 존중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습니다. 상사를 만나면 항상 자리에서 일어나고, 상사가 퇴근하기 전까지는 퇴근도 안하죠. 약간 구시대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존중의 마음가짐이란 시대를 관통하는 영원불멸한 덕목이기에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장 저도 잘 실천 못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연세 70의 노인분께서 젊은이들을 이해해보겠다며 페이스북 계정을 만드는 모습이 참 멋졌습니다. 실제로 저런 분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이래저래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더군요. 딱 한 부분에서 고집 피운 부분이 있었는데 네비게이션 보고 길 찾아가는 젊은 사람들에게 '절 믿어요. 제가 가는 길이 10분은 더 빨리 갈 수 있는 길이예요'. 정말 멋지지 않나요. 불필요한 고집은 피우지 않는 것.




힘들고 지칠 때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자


많은 직원들의 사랑을 받는 유머러스한 동료


손녀딸뻘의 아이와도 허물없이 놀아주는 할아버지


게다가 자신의 매력을 십분 활용할 줄 아는 노신사의 면모까지.





이 영화는 판타지이면서, 유사 히어로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웅이라는 것이 다 그런 것 아닌가요. 멋진 인간상을 제시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흉내내고 싶어지는 그런 존재. 로버트 드 니로님이 연기한 벤 휘태커는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친구를 말 없이 옆에서 응원해주고, 자신의 인생을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그냥 보통 사람이자, 아름다운 존재.






열심히 노력해서 영화 속 드니로 형님처럼 늙어가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S. 르네루소는 무슨 할머니 몸매가 그리 좋으신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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